[기획] 토요타 리콜 사태 무엇을 남겼나 <3>

입력 2010-03-02 18:30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방만경영과 성장중심주의로 '품질경영'외면...향후 2~3년간 힘든 고비

지난 2009년 8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고 인근 도로에서 가족과 함께 운전을 하고 가던 경찰관인 마크 세일러씨는 갑자기 이상한 것을 느낀다. 자동차가 갑자기 시속 160㎞ 이상으로 급가속이 되기 시작한 것.

그는 운전을 하던 렉서스 ES350 차량을 세우려 했지만, 차는 말을 듣지 않았고 계속 앞으로 돌진해 갔다. 911에 전화를 걸어 통화를 했지만 시속 190㎞까지 달리던 렉서스 차량은 결국 충돌해 탑승자 전원이 사망했다.

이 사건 이후 토요타자동차는 이 사건에 대한 조사를 벌였고, 2주후에 발표한 결론은 차량 매트에 가속 페달이 끼어 빼내지 못해 발생했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 이유로 토요타는 총 426만대라는 회사 역사상 최대이자 미국시장에서 6번째로 큰 규모의 리콜을 단행했다. 이후 토요타의 급가속 문제는 일파만파로 번졌고 토요타는 끝없는 추락의 늪으로 떨어지게 된다.

이는 지금 그리고 아직도 현재 진행형인 '토요타 리콜 사태'의 발단을 제공한 사건중 하나다.

◆ 美 경찰관 가족 급가속 사망...'토요타 리콜 사태' 발단

하지만 이후에도 토요타의 안전에는 회복하기 힘든 안전상 결함들이 속출하기 시작했다. 먼저 미국 CTS사가 토요타 북미공장에 납품하는 가속페달의 경우, 구성부품의 이상 마모로 페달 작동시 원위치로 복원하지 않는 심각한 문제점이 파악됐다.

이에 따라 토요타는 지난 1월 27일 미국 교통부 지시로 캠리, 코롤라, 매트릭스, 아발론 등 8개 주력 차종에 대한 생산과 판매를 일시적으로 중단하게 됐다.

토요타 그룹 미국 판매량의 57%에 해당하는 차량들이 안전상의 문제로 판매가 금지된 것이다.생산 중단은 '품질의 토요타'라는 회사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힌 사건이다.

◆토요타 8개 차종 생산 및 판매 중단

그렇다면, '품질의 토요타'라는 신화에 위기가 닥친 원인은 무엇일까? 그 원인은 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0년대 토요타는 높은 판매량과 소비자들의 절대적 신뢰로 경영이 방만해지기 시작했다.

토요타는 2000년대에 이르러 제너럴 모터스(GM)를 제치고 세계 1위를 꿈꿨다. 토요타는 이를 달성하기 위해 미국에서 인기가 높고 마진도 높은 트럭, SUV 및 렉서스 차종들의 판매에 집중했다. 거기다 토요타는 예상 수요도 높게 책정해 미국 텍사스주와 미시시피주 등에 대규모 신규공장들을 착공했다.

그러나 토요타가 단기간에 교육시킨 신입직원들의 숙련도는 낮았다. 그 결과 제품 불량률이 증가했다. 더군다나 회사는 신제품을 개발함에 있어 디자인과 성능을 중시하는 소비자들을 만족시키기보다 생산성을 높이는데 주력했다.

하지만 지난 2008년 여름 불었던 미국발 금융위기는 토요타라고 피해갈 수 없었다.

그 여파로 토요타라는 신화도 종말을 고하게 된 것. 토요타의 급속한 생산능력 확장이 경제위기를 통해 과잉생산이라는 부작용으로 변신, 전례 없는 경영위기를 가져왔기 때문.

◆미국발 금융위기, 성장중심 토요타에 '결정타'

미국발 금융위기로 토요타는 지난 2008년도 미국 판매량이 221만대를 기록, 전년대비 15.7% 급감했고, 일본 본사는 1500억엔의 영업적자를 냈다. 생산 라인이 휴업에 들어갔고, 직원들은 남는 시간을 교육으로 대체했다.

북미시장의 수요를 위해 제 3세대 프리우스가 생산될 예정이었던 미시시피주 공장의 경우 공사가 중단됐다.더욱 충격적이었던 건 캘리포니아에 있는 NUMMI(New United Motors Manufacturing Inc.)의 폐쇄였다.

이 회사는 1984년 GM과 토요타가 합작해 설립됐다. 그러나 2009년 6월 GM은 경영난을 이유로 합작을 취소했다. 과잉생산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던 토요타 또한 같은 해 8월, NUMMI를 인수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그 결과 토요타는 회사 역사상 처음으로 공장을 닫게 됐다.

한편 이 같은 토요타 사태를 두고 전문가들은 '와타나베의 저주'로 해석하기도 했다.와타나베 가쓰아키 사장은 지난 2005년부터 2009년까지 토요타 CEO를 맡아왔던 인물.

와타나베 전임 사장은 지난 1964년 토요타에 입사한 뒤 총무, 광고, 경영기획실 등 다양한 사내 직책을 거쳤다. 그가 경영진의 눈에 띄었던 것은 90년대 초반 부품 구매부서를 맡게 되면서부터다.

그는 토요타와 타사의 경쟁모델들을 분해해 나사 하나까지 가격을 비교했다. 그 이후 부품 수와 재료 사용량을 줄이는 식으로 제품 원가를 어떻게 낮출 수 있는지에 대해 획기적인 대책을 내놨다.

◆와타나베 사장의 원가절감 경영...품질 경영 외면

와타나베의 성과는 경영진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결국 2004년 구매 담당 부사장, 2005년에는 최고경영자(CEO)자리에 오른다.

이번 토요타의 리콜 사태로 판매가 중단된 자동차 모델들은 대부분 와타나베가 제시한 계획에 따라 부품비용 절감이 진행된 이후에 나온 것이다. 도요타가 주력차종에 대한 부품가격 인하를 가장 강력하게 밀어붙인 시기에 기획된 제품이라는 뜻이다.

지난해 6월, 와타나베 사장이 경영난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난 이후, 토요타는 토요타 아키오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켰다. 아키오 사장은 토요타 창업주인 토요타 기이치로의 손자이자 토요타 소이치로 명예회장의 아들이다.

아키오 사장은 지난 2월 5일 '토요타 사태'와 관련 공식사과를 했고, 또한 24일에는 미국 하원의 청문회에 출석하기도 했다.

◆토요타, 향후 2~3년간 힘든 고비

전문가들은 이번 '토요타 사태'로 토요타는 향후 2~3년간은 힘든 고비를 넘길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 이유는 이키오 사장을 위시한 신임 경영진들이 신뢰 회복을 위해 내놓을 신제품들이 향후 2~3년 내에 개발될 예정이기 때문. 또한 그들은 신제품 개발에 있어서 디자인과 성능 분야에서 소비자의 요구를 수용하기 시작한 점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업계 전문가는 "신임 경영진들은 새로운 제품철학이 반영된 제품이 출시되기까지 개발기간이 2~3년 필요하며 브랜드 이미지 회복에는 최소 1년 이상이 소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이번 '토요타 사태'는 장기적으로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수준을 한단계 높일 수 있는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토요타 리콜 파문으로 각국 정부 및 글로벌 메이커들이 부품 안전성에 대한 규제 기준을 강화해 차량 품질 및 위기관리 능력이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한동훈 “尹 탄핵, 통과되지 않도록 노력...대통령 탈당 다시 요구”
  • "이날부로, 한국의 모든 세대가 계엄령을 겪었다" [이슈크래커]
  • 오늘부터 철도노조 총파업…시민들 불편 예상
  • '비상계엄 선포' 尹대통령 탄핵 찬성 73.6%...내란죄 해당 69.5%[리얼미터]
  • 尹, '계엄 건의' 김용현 국방장관 사의 수용…석 달 만에 퇴진[종합]
  • 비트코인 10만 달러 '성큼'…SEC 수장에 폴 앳킨스 임명 [Bit코인]
  • [글로벌마켓 모닝 브리핑] 파월 자신감에 시장 환호…다우, 사상 첫 4만5000선
  • 국방차관 "국회 군 투입, 국방장관 지시…계엄 동의 안해”
  • 오늘의 상승종목

  • 12.05 11:38 실시간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140,563,000
    • +4.3%
    • 이더리움
    • 5,402,000
    • +4.85%
    • 비트코인 캐시
    • 843,500
    • +5.7%
    • 리플
    • 3,253
    • -8.5%
    • 솔라나
    • 324,500
    • -2.93%
    • 에이다
    • 1,626
    • -3.5%
    • 이오스
    • 1,847
    • -9.19%
    • 트론
    • 470
    • -11.49%
    • 스텔라루멘
    • 683
    • -4.48%
    • 비트코인에스브이
    • 115,900
    • +8.32%
    • 체인링크
    • 33,380
    • -0.86%
    • 샌드박스
    • 1,247
    • +15.46%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