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최근 상승세를 타면서 1700선에 근접하자 대규모 펀드 환매 우려가 재차 부각되고 있다.
최근 증시에서는 특별한 모멘텀 없이 나흘 연속 상승한 가운데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자금 순유출이 나흘 연속 발생하고 있다.
금융투자협의회에 따르면 코스피지수가 지난 5일~10일 나흘 연속 상승하면서 1660선을 회복하는 동안, ETF를 제외한 국내 주식형펀드에서는 지난 4일부터 9일까지 나흘 연속 자금이 순유출돼 1660억원이 빠져나갔다.
이런 펀드 환매 압력은 지난해 12월과 올 1월에도 똑같이 발생했다.
지난해 12월 코스피지수가 1696선까지 회복되는 동안 국내 주식형펀드에서는 1조4966억원의 자금이 순유출됐으며, 올 1월에 지수가 1722선까지 회복되면서 1월에만 1조374억원이 순유출돼 증시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투자자들의 이러한 펀드 환매 욕구는 환매 자금 마련을 위한 투신권의 순매도로 고스란히 이어졌다.
지난 연말 연초 랠리에 코스피지수가 1700선을 찍었던 1월 6일과 재차 반등해 1722선까지 올랐던 1월21일까지 투신권의 매매 포지션을 살펴보면, 투신권은 1월 4일~26일까지 17거래일 중 11일 단 하루를 제외하고 연일 순매도를 기록했으며 이 기간 1조5362억원 어치를 시장에서 팔아치웠다.
전문가들은 1700선을 기점으로 한 펀드환매의 압력 증가의 원인으로 1700선 이후 국내 주식형 펀드에 가입한 다수의 적립식 펀드 가입자들에게서 찾고 있다.
현대증권에 따르면 지난 2007년 국내 증시가 급등해 처음으로 1600선을 넘어선 이후 1700선 이상에서 25조2000억원의 순유입이 이뤄졌고, 그중에서도 1700선 이상에서 유입된 주식형펀드 자금의 80% 가량이 적립식펀드로 유입됐다는 것이다.
이들 펀드 가입자들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펀드 수익률 반토막을 경험한 이후 2009년 국내 증시가 회복되는 과정에서 대규모 펀드 환매 사태가 발생했고, 이후 지수가 재차 1700선을 회복하는 과정에서 환매 욕구가 늘어가고 있다는 설명이다.
또한 3년 만기로 가입했을 경우 올해 상반기부터 만기가 시작돼 환매 우려가 더욱 거세질 수 있다는 것이다.
자산운용업계의 한 관계자는 "1700선 이후에라도 방향성만 확실하다면 투자자들이 펀드를 더 들고 가 환매 압력은 약해지겠지만, 여전히 출구전략 우려 등 증시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가입자들이 가장 많이 몰렸던 1700선에 근접할수록 환매가 나올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지난 몇년간 펀드에 가입해 손실을 봤다가 다시 주가가 회복되는 과정에서 1700선이 원금을 넘어서 이익을 낼 수 있는 분기점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