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나라 물가 오름세가 크게 둔화된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은행이 30일 발표한 '2009년도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소비자물가는 수요압력이 미미하고 유가 등 국제원자재가격이 크게 하락하면서 2.8% 상승하는데 그쳤다.
이는 전년(4.7%)에 비하면 절반 가까이 하락한 수치다.
기간별로는 1분기 원·달러 환율 및 농산물가격 상승으로 전년동기 대비 3.9% 상승했지만 2분기와 3분기에는 국제유가 급등에 따른 기저효과 등으로 오름폭이 전년동기보다 각각 2.9%, 2.9% 축소됐다.
4분에는 기저효과 영향이 사라지면서 오름세가 2.4%로 소폭 올랐다.
품목별로는 봄가뭉과 상반기 중 농산물가격이 큰폭으로 오르면서 농축수산물 상승률이 6.5%로 전년보다 0.5%를 크게 웃돌았다.
소비자물가에서 곡물 이외의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한 근원인플레이션은 상승률이 전년 4.2%에서 3.6%로 낮아졌다.
한편 민간전문가들은 국내 물가가 공공요금 인상 등의 변수가 없다면 올해도 낮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강중구 LG경제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최근 물가가 전월대비 소폭 오르기는 했지만 크게 높은 수준은 아니다”라며 “한파 영향에 수산물가격이 인상되고 건어물, 농축산물 등도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 연구원은 “국제유가가 최근 꾸준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저환율 정책이 유지되면서 이런 부분을 상쇄하고 있다”며 “결국 물가상승 요인을 환율이 방어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다만 “당분간 물가를 끌어올릴만한 변수는 없지만 문제는 공공요금 인상 부분”이라며 “정부가 공공요금을 인상할 경우 가중치가 높고 기업들의 물품 인상 등으로 물가 상승을 부추길 수 있어 최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실경제 실장은 “일단 유동성이 많고 물가 압력도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금리로 대응하기에는 상당히 부담스럽다”며 “경기도 상승세가 둔화되고 있고 물가 상승률도 낮게 보여지고 있는데 이를 감안하면 금리인상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