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의 비은행금융 자회사 소유를 허용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4월 본회의 처리를 앞두고 있다.
이에 따라 그동안 금융계열사를 보유하고 있어 지주회사 전환을 꺼려 왔던 대기업들이 사업포트폴리오 강화와 금융업의 시너지 창출을 이유로 지배구조에 변화를 줄 가능성이 높아졌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일반 지주회사의 금융자회사 소유를 가능하게 해주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지난달 국회상임위원회에서 여야간 합의됨에 따라 이달 국회에서 통과될 전망이다.
2년간의 표류 끝에 합의된 개정안은 일반 지주회사의 금융자회사 소유를 허용하되, 금융자회사 수가 3개 이상이거나 금융회사 총 자산규모가 20조원 이상인 경우에는 중간 지주회사 설치를 의무화하는 내용이다.
따라서 개정안이 통과되면 현재 금융계열사를 보유 중인 삼성과 현대차, 롯데, 한화, 동부, 동양 등 6개 대기업의 지배구조에 변화가 있을 전망이다.
재계 관계자는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사실상 지주회사의 금융사·비금융사 동시 지배가 허용된 것"이라며 "주요 그룹사들의 지주회사 전환이 중장기적으로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주회사로의 전환 가능성은 기업의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다. 금융사가 게열회사와 소유관계가 얽혀 있다면 이를 먼저 해소해야 하는 일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삼성은 삼성생명이 삼성전자를 지배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삼성생명을 중심으로 한 중간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려면 이 문제를 우선 해결해야 한다.
동부그룹 역시 동부생명과 비금융 자회사간 지분관계가 얽혀 있다.
반면 현대차와 한화그룹은 이번 개정안을 적극 활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두 기업 모두 경영권 승계 문제와 지배구조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화그룹의 경우 한화나 한화와 한화건설의 합병법인이 대주주의 지배를 받는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그 아래에 중간지주회사가 설립돼 대한생명을 비롯한 금융회사들을 지배하는 구조가 될 것이라는 게 증시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현대차그룹의 경우엔 현대모비스가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그 산하의 중간지주회사가 현대카드 등 금융회사들을 지배하는 형태가 되는 방안과 현대차 중심으로 지배구조가 재편되는 방안등 두 가지 가능성이 있다.
아울러 LG·SK등 기존 지주회사의 사업포트폴리오도 강화될 전망이다.
SK그룹은 SK증권을 매각없이 금융사업을 그룹의 성장동력으로 육성하는 정책적 판단이 가능해질 수 있게 돼 SK네트웍스가 보유 중인 SK증권을 인적분할해 중간금융지주회사를 설립하거나 지주사인 SK홀딩스가 SK증권을 매입해 자회사로 편입시키는 등의 지배구조 변화가 예상된다.
또 LG·GS 등 금융계열사가 없는 지주회사 역시 필요에 따라 금융업에 진출해 기존 제조업과의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사업포트폴리오 강화가 이뤄질 수 있다.
그러나 중간지주회사는 금융지주회사법 적용을 받게 돼 대주주의 출자능력 및 경영능력에 대한 적격성 심사 등 정부의 감독이 강화될 수 있다. 이 때문에 대기업들은 지주회사 전환에 대해 신중한 입장이다.
재계 관계자는 "금융계열사 매각없이 지주사 전환이 가능해져 지배구조 변화와 함께 금융업 진출의 물꼬가 트였다"면서 "하지만 전환과정에서의 비용 문제등이 남아있어 기업들이 신중한 접근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