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중국의 환율조작국 지정 여부 결정을 연기하면서 향배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16년만에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려던 미국의 시도가 다시 무산될 것이라는 전망이 고조되는 한편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12~13일 워싱턴서 열리는 핵 안보정상회담에 참석키로 하면서 조성된 우호적 분위기 속에서 타협점을 찾기 위한 포석이라는 관측이 대두되고 있다.
티머시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은 지난 3일(현지시간)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것인지 여부를 핵심내용으로 한 상반기 환율정책보고서 발표 시점을 연기하기로 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미국은 매년 4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환율정책보고서를 작성해 의회에 제출하고 있으며 올해 상반기는 이달 15일에 발표할 예정이었다. 보고서에는 환율을 인위적으로 조작하는 국가 리스트가 포함되며 미국 재무부는 이 리스트를 근거로 국제통화기금(IMF)에 문제를 제기해 협상을 이끌어내거나 당사자간 협상에 나서게 된다.
가이트너 장관은 성명에서 “향후 몇 달간 잇따라 예정된 고위급 국제회담에서 미국의 입장을 관철시키는게 더 낫다고 판단해 오는 15일로 예정된 상반기 환율정책보고서의 의회 제출을 연기한다” 고 밝혔다.
그는 “앞으로 3개월간 미국과 중국이 잇따라 개최하는 고위급 회담이 세계 경제를 균형잡히도록 하는 데 중대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중국이 자국에 이익이 되도록 위안화 가치를 올릴 것임을 믿는다"고 강조했다.
가이트너 장관의 발언은 지난 1일 오바마 대통령과 후진타오 주석이 장시간 전화통화를 가진 후 나왔다. 미국 언론들은 후진타오 주석이 핵 안보정상회담 참석차 12~13일 미국을 방문할 예정인 점을 지적하며 위안화 절상 문제가 미국과 중국간 협상을 통해 원만한 해결점을 찾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미국 의회 내 일각에서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이 같은 발표에 ‘현명하지 못한 처사’라며 반대의 목소리가 높다.
펜실베이니아주 상원의원인 알렌 스펙터 의원은 4일 케이블 채널 폭스뉴스의 ‘폭스뉴스선데이’에서 “중국의 환율정책은 미국의 경제발전을 저해하고 있다”면서 "행정부의 보고서 발표 연기 결정이 달갑지 않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이번 워싱턴 핵 안보정상회의에서 중국을 달래는 것이 중국으로부터 이란제재 지지를 얻어내기 위한 포석일 수는 있지만 "환율문제에서 물러나서는 안되며 중국의 환율조작을 방치해 미국 경제를 망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스펙터 의원을 비롯해 민주당과 공화당의 상.하원 의원 130명은 가이트너 장관에게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고 위안화 평가절상을 유도하도록 하는 대중압박 정책을 강력하게 촉구해온 바 있다.
로런스 서머스 백악관 국가경제자문위원회(NEC) 의장은 4일 ABC의 정치대담 프로그램인 ‘디스 위크’에 출연해 "이란 문제가 환율정책보고서 연기의 원인이 아니었다"며 “중국과의 직접적인 대화가 환율문제 해결을 위한 최선의 방안이라는 판단이 내려졌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미국 의회는 중국 위안화가 인위적으로 평가절하돼 미국의 무역적자를 키우고 있다며 환율조작국 지정 및 제재를 강력히 요구해 중국의 반발을 사왔다. 미국 재무부는 1994년 7월 이후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한 적이 없어 이번 환율정책보고서에 세기의 관심이 쏠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