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베이비붐세대의 은퇴가 본격화되면서 정년연장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대부분의 기업들은 아직 정년을 연장할 계획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14일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인크루트와 함께 3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정년연장에 대한 기업의견'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92.6%의 기업이 '정년연장 계획이 없다'고 응답했다.
반면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거나 정년연령 자체를 늦춤으로써 정년을 연장하겠다는 기업은 각각 3.7%에 불과했다.정년연장 계획유무와 관계없이 기업들은 정년연장 자체에 대해서도 반대하는 의견이 더 많았다.
정년연장에 찬성한다는 기업은 39.3%에 불과한 반면 정년연장 자체에 반대한다는 기업이 57.4%를 차지했다.정년연장에 반대하는 기업들은 그 이유로 '연공급으로 인건비 증가'(29.8%)를 가장 많이 우려하고 있었다.
이어 '인사 적체'(21.0%), '인력운용 경직화'(17.0%), '생산성 저하'(14.3%), '신입직원 채용곤란'(12.3%), '업무태만 우려'(4.3%) 등이 반대이유로 제시됐다.
찬성하는 기업들은 정년연장이 '고령근로자의 경험·노하우 활용'(57.0%), '근로자 사기진작'(24.0%), '숙련인력 부족에 대비'(16.3%) 등의 장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기업들은 정년연장의 선결과제로 인건비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임금피크제 도입'(54.0%)과 '고령근로자의 직무능력 향상'(42.0%)을 많이 지적했다.
이어 '고용보호규제 완화'(35.3%), '노동조합 및 근로자의 협력'(34.3%), '직무급제 도입'(29.7%) 등을 필요요건으로 제시했다.
정년을 늘릴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안은 '정년퇴직 후 재고용'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기업들은 '단순한 정년연장'(7.0%)보다는 '정년퇴직 후 재고용'(37.0%)이나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29.0%),'정년보장형 임금피크제'(22.0%)를 실질적인 방안으로 꼽았다.
대한상의는 "임금양보와 직무능력 향상이 전제되지 않는 일률적인 정년연장은 기업들이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정년연장이 신규채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몰고 와 앞으로 세대간 일자리 갈등을 일으킬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기업들의 59.0%는 정년연장이 신규채용에 '부정적'이라고 응답한 반면 '영향이 없다'는 응답은 31.0%, '긍정적'이란 응답은 10.0%에 불과했다.
기업들의 95.3%는 취업규칙에 정년을 두고 있었으며 평균 정년은 56.8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고 있다는 기업은 10.0%였다.
이동근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일할 의사와 능력이 있는 베이비붐 세대가 본격 은퇴하기 시작함에 따라 정년연장 문제를 논의해 볼 필요는 있다"면서도 "우리 기업의 81%가 근속년수에 따라 자동적으로 임금이 늘어나는 호봉급 임금체계를 가지고 있어 일률적인 정년연장은 기업들이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가뜩이나 고용상황이 좋지 않는 마당에 서둘러 정년연장을 추진할 경우 청년실업난이 가중될 뿐만 아니라 대기업 사업장과 같이 근로조건이 좋은 곳만 혜택을 받을 수 있다"면서 "정년연장을 성공적으로 추진하려면 근로자의 임금양보와 직무능력개발을 병행해 기업부담이 가중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