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9월 출범한 일본 하토야마 유키오 내각의 지지율이 불과 7개월 만에 위험수위인 23%대로 추락했다. 올 여름 치러지는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하토야마호의 국정운영에 빨간불이 켜졌다.
지난 2007년 참의원 선거에서 참패를 당하고 물러난 자민당의 아베 신조 내각보다 지지율 하락 속도가 빨라 정권 말기 양상이 선명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19일(현지시간) 일본 주요 언론에 따르면 하토야마 내각의 지지율은 출범 직후인 2009년 10월 조사 당시 60.6%였으나 이후 계속 미끄러져 2010년 1월 47.1%에서 최근 23.7%로 하락했다.
아베 내각은 출범 직후인 2006년 10월 51.3%에서 2007년 1월에는 40.7%, 같은 해 7월에는 25.7%로 하락했다. 하토야마 내각의 하락세는 그 이상이다.
지지율 추락의 원인으로는 이치로 민주당 간사장의 정치자금 의혹과 하토야마 총리가 약속한 '후텐마 비행장 이전문제의 5월 말 결론'에 대한 불신, 정치적 결단력 부족이 꼽히고 있다.
민주당은 당초 영국형 의원내각제를 모방해 내각에 권력을 집중시켜 각료와 일반 의원의 힘을 약화시킨다는 방침이었다.
과거의 정책결정 과정을 개혁해 선거공약인 매니페스토에 근거해 예산과 법안을 책정한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이 새로운 정책결정 과정이 환영받지 못하면서 현재 국정운영은 불협화음으로 가득하다.
후텐마 비행장 이전문제의 경우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다음달 말까지 결론을 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현지 주민은 물론 미국도 반대하고 있어 다음달까지 결론을 내기는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일본 언론들은 하토야마 총리가 이 문제를 다음달 말까지 해결하지 못할 경우 사임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의견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토야마 총리가 민주당 실세인 오자와의 기에 눌려 국정 운영을 주도하지 못하는 점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현재 오자와는 정식 직함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정책 논의 시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는 하토야마 총리의 리더십 부재를 한층 부각시키면서 야당인 자민당은 물론 당내에서도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여론이 과거 54년간 정권을 휘둘러온 자민당 정권으로의 회귀를 바라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단지 하토야마에 대한 기대감이 지나치게 높았던 만큼 정책과제를 명확하게 주도해 나아갈 능력이 없다는데 실망하고 있을 뿐이라는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개혁이 뿌리를 내리기까지는 시간이 걸리는 만큼 변화를 기다려야 한다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한편 하토야마 총리는 국제 무대에서도 혹평을 받으면서 외교적 위상도 추락했다.
지난 14일(현지시간) 미 워싱턴포스트(WP)는 인기 칼럼을 통해 지난 12일 미 워싱턴 핵안전보장정상회의에 참석한 36명의 정상 가운데 하토야마 총리를 ‘최대 패자’라고 지목했다. 이는 최근 지지율 급락에 결정타였다.
당시 하토야마 총리는 양국간 현안이었던 후텐마 비행장 이전 문제를 거론하려 했으나 단 10분만에 회담이 끝나버린 것이다. 후진타오 중국 국가 주석과 90분간의 긴 회담을 가져 이번 정상회의의 ‘최대 승자’로 꼽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후텐마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조정에 불만을 드러내는 한편 이란 핵문제와 미ㆍ일 동맹 강화와 같은 원론적 사안에 대해서만 이야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언론들은 WP의 보도를 여과없이 전하면서 하토야마 총리가 일본의 대표로서 외교적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