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WSJ)은 6일(현지시간) 골드만삭스의 법률자문들이 지난 4일 SEC 담당자와 화해를 위한 예비 협상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WSJ는 다만 제재금 규모와 합의 내용 등 구체적인 화해 조건에까지는 이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지난 4월 16일 기소 이후 최근까지 계속 혐의를 부인하며 SEC에 맞서온 골드만삭스가 먼저 꼬리를 내린 것에 대해 WSJ는 7일 주총을 앞두고 주주들의 불안을 불식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지금까지 골드만삭스의 주총에서는 주주들이 골드만삭스의 돈벌이 능력에 입이 마르도록 칭찬하는 형식적인 모임에 지나지 않았으나 이번에는 사정이 다르다는 이야기다.
소식통에 따르면 골드만삭스의 데이비드 비니어 최고재무책임자(CFO)와 마이클 에반스 부회장은 지난 3일 일부 대주주에게 “SEC를 적으로 만들고 싶지 않다”며 “오늘 화해에 이르면 기쁠 것”이라고 말한 것을 들었다는 증언도 있다.
앞서 폭스 비즈니스 뉴스도 SEC와 골드만삭스의 화해 협상이 임박했다고 전한 바 있다.
SEC의 기소에 따른 충격으로 골드만삭스는 시가총액 가운데 200억달러(약 2조3000억원)를 잃었다.
또 골드만삭스의 파트너와 이사 등 신구 임원들 사이에서는 로이드 블랭크페인 최고경영자(CEO)의 거취문제를 둘러싼 논쟁이 거세게 이는 등 기소 이래 바람잘 날이 없었다.
그러나 지난 주 연방 검찰당국이 골드만삭스의 모기지사업을 형사 소송으로 끌고 갈 것이라는 보도가 결정적으로 골드만삭스를 압박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형사소송으로 확대되면 골드만삭스와 SEC의 화해 협상은 겉잡을 수 없이 틀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골드만삭스와 SEC의 화해에는 수개월이 걸릴 수도 있지만 골드만삭스의 변호인단이 SEC의 기소 해결에 진지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는 결론을 내렸을 것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반발세력도 만만치 않아 골드만삭스와 SEC의 화해가 수월한 것만은 아니다.
골드만삭스에는 SEC의 기습적인 기소에 여전히 분통을 터뜨리는 임원이 여럿 있으며 SEC 역시 골드만삭스에 화해의 기회도 주지 않고 제소를 단행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또 화해하려면 골드만삭스는 SEC가 제시한 사기혐의를 인정해야 한다. 그러나 골드만삭스가 혐의 사실을 인정할 경우 주주나 고객들의 줄소송이 예상된다.
SEC와의 화해 비용도 만만치 않다.
칼리용증권의 마이클 마요 애널리스트는 지난 3일 보고서에서 “골드만삭스가 부담하는 조정 비용은 총 10억달러에 육박할 것”이라며 “이는 월스트리트 역사상 최대 규모가 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지난 2006년 베어스턴스는 SEC와 뉴욕증권거래소(NYSE)가 부적절한 거래를 방임했다고 주장해 화해금 2억5000만달러를 지불한 바 있다.
앞서 2003년에는 투자은행 사업의 이익 확대를 위해 증시전망을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발표했다는 이유로 월스트리트의 10개 대형 금융사가 14억달러로 화해한 바 있다.
이 가운데 씨티그룹은 4억달러, 골드만삭스는 1억1000만달러를 지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