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매력기준 소득 3만달러 육박 이유는

입력 2010-05-12 0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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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이 명목 기준으로 2만달러지만 생활수준을 보여주는 구매력 기준으로는 3만달러에 육박하는 이유는 환율 요인과 물가 수준의 차이 때문이다.

외환시장에서의 수급에 따라 결정되는 원.달러 시장환율과는 달리 구매력을 기준으로 산출한 구매력평가(PPP.Purchasing Power Parity) 환율이 더 낮아 1인당 소득이 더 크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또 우리나라의 전반적 물가수준이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아 같은 1달러라고 하더라도 한국에서 더 많은 재화나 서비스를 구입할 수 있다는 점도 반영됐다.

□PPP환율은 소비여력.생활수준의 지표

PPP 환율은 그 나라의 화폐가 가진 구매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측정하고 그 수준을 국가 간에 비교하기 위해 고안됐다.

경제학의 고전이론에서 환율은 교역재 간의 교환비율을 의미하지만 현실의 시장환율은 외환시장의 수요와 공급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에 이론상 환율과 차이가 발생한다. 교역재 거래 외에도 자본거래나 국내외 경제환경 변화 등 무수한 요인이 반영되는 특성 탓이다.

여기에다 시장환율은 국가별로 서로 다른 물가수준까지는 포괄하지 못하는 맹점이 있다. 원.달러 시장환율이 1,000원이라고 하더라도 햄버거 한 개 가격이 미국에서 5달러, 한국에서 3천원이라고 한다면 시장환율이 구매력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상황이 생긴다.

PPP환율은 각국에서 그 나라의 화폐로 실제로 살 수 있는 재화나 서비스 가격을 직접 조사한 뒤 이 결과를 바탕으로 산출한 환율이다. 햄버거 사례를 기준으로 보면 PPP 환율은 달러당 600원(3천원/5달러)이 된다. 시장환율 1,000원과 400원이나 차이가 발생한다.

따라서 PPP환율은 물가수준이 낮은 나라일수록 낮게 나타난다. 또 PPP환율이 낮을수록 PPP 기준 1인당 국민소득이 시장환율을 기준으로 한 소득보다 더 높아진다.

그렇다면 한국의 경우는 어떨까. 국제통화기금(IMF)이 전망한 올해 1인당 국민소득은 2천334만8천874원이다. 또 시장환율은 달러당 1천152.2원이지만 PPP환율은 795.5원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국과 한국의 재화 가격을 직접 조사해 PPP환율을 계산해보니 시장환율보다 31.0%나 더 낮게 나온 것이다.

이 경우 시장환율을 기준으로 1인당 국민소득을 달러로 환산하면 2만265달러지만 PPP환율을 기준으로 한 소득은 2만9천351달러가 된다. 올해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은 IMF가 선진국으로 분류한 33개국 중 명목 기준 29위에서 PPP 기준 24위로 5계단 올라가게 된다.

□한국, 물가상승률 높지만 물가수준은 선진국 하위권

한국의 PPP 기준 소득이 명목 소득보다 많다는 것은 물가가 상대적으로 싸다는 의미다.

실제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조사에서 PPP 기준으로 2009년 캐나다의 물가수준을 100으로 봤을 때 한국의 물가수준은 58에 그치면서 멕시코와 함께 최하위였다. 덴마크(151), 스위스(143), 노르웨이(132), 핀란드(128), 아일랜드(125) 등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그렇다면 한국의 물가상승률이 2% 후반대에서 3% 초반대로 1% 안팎인 다른 선진국에 비해 매우 높은 현상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이에 대해 물가상승률과 물가수준을 구분해서 봐야 한다고 설명한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선진국은 이미 물가가 높은 수준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상승률이 낮다."라며 "경제규모가 커질수록 성장률이 둔화되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말했다.

그래도 한국의 물가가 높지 않다는 설명에 대한 의구심은 여전히 남는다. 국제 인력자원 컨설턴트인 머서가 2008년 세계 143개 주요도시를 대상으로 실시한 해외 주재원들의 생계비 조사에서 서울이 5위에 올랐던 것이 대표적이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특정부문에 치중된 적은 수의 비교대상 품목만을 단순평균할 경우 체감물가가 높게 나타날 수 있다."라며 "특히 이 조사는 시장환율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환율이 절상되면 물가가 크게 올랐다고 느낄 수밖에 없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2002~2006년 우리나라의 대미환율은 42.5% 절상됐는데 이는 한국과 미국의 물가가 5년간 그대로 있었더라도 상대적으로 우리나라 물가수준이 42.5% 비싸졌음을 의미한다는 것.

한은의 설명을 증명이라도 하듯 시장환율이 급등한 2009년 머서의 조사에서 서울의 물가 순위는 무려 46계단이나 떨어진 51위를 기록했다.

한국의 물가가 국제기준으로 볼 때 싼 이유는 물가 조사시 가중치가 큰 공산품과 서비스 물가가 상대적으로 낮다는 이유가 꼽힌다.

한국이 제조업 강국이어서 다른 나라에 비해 공산품 가격이 싸고, 대표적인 서비스 품목인 전기.가스.수도 등 공공요금은 물론 버스.택시 등 교통비도 다른 선진국에 비해서는 저렴한 수준으로 관리되고 있다는 것.

재정부 관계자는 "일부 특정품목이나 특정계층의 소비지출 구조를 반영한 물가수준은 높게 나타날 수 있다"며 "하지만 다양한 재화와 서비스를 대상으로 할 경우 우리나라 물가는 주요 선진국보다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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