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재정위기 우려가 사라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중국이 외환보유고를 다양하게 하려는 노력을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중국의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의 샤빈(夏斌) 통화정책위원회 위원이 “외환보유고 다양화는 장기적인 추세”라며 “유로화 매입은 지속될 것”이라 밝혔다고 1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중국은 세계 최대 외환보유국으로 보유고가 2조5000억달러(약 2858조7500억원)에 달한다.
중국은 외환보유고의 구성에 대해 철저히 비밀에 부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대부분이 달러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고 정부도 이를 시인한 바 있다.
중국정부는 최근 미국의 재정적자 증가에 따른 우려와 달러화 가치 하락에 따른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유로화 보유고를 지속적으로 늘려온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유럽의 재정위기로 유로화가 최근 급격한 하락세를 보이자 정부의 외환보유고 다양화 정책에 변화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에 대해 샤빈 위원은 “인민은행은 자산에 대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기 때문에 유로화를 매도하는 등 단기적인 변동은 없을 것”이라며 “유로화 하락으로 오히려 유로화를 매입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왔다”고 밝혔다.
호주뉴질랜드은행(ANZ Bank)의 리우리강 중국 경제부문 수석은 “지금 유로화를 팔면 중국은 막대한 손실을 입기 때문에 중국이 당장 유로화를 팔지는 않을 것”이라며 “유로화 가치가 떨어진 이 때가 달러자산에 치우친 외환보유고를 다양하게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유로화 자산을 저렴한 가격에 확보할 수 있는 이점 이외에 몇 가지 정치경제적인 이유로 정부가 유로화를 계속 보유할 것으로 전망했다.
HSBC의 리처드 예쳉거 외환부문 스트레지스트는 “만일 중국정부가 지금 유로화를 판다면 유럽 재정위기에 대한 우려를 고조시켜 중국에 대한 잠재적 적개심이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며 “중국정부는 그런 정치적 위험을 피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유로화 가치 하락은 가장 큰 수출시장인 유럽에서 중국의 수출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면서 “정부가 유로화를 지금 팔 가능성은 낮다”고 설명했다.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의 벤 심펜도르퍼 스트레지스트는 “유로화 가치가 지금보다 더 떨어지면 중국이 원유나 금 같은 원자재로 눈을 돌릴 수도 있다”면서 “그러나 원자재 시장은 외환시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고 원자재 수입 증가가 중국의 수입 비용을 늘릴 수 있기 때문에 그 가능성은 적다”고 밝혔다.
샤빈 위원은 “중국의 금 보유량은 약 1054t으로 외환보유고에서 여전히 적은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중국이 금 보유량을 늘릴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