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딩크호'도 아니다. '아드보카트호'도 아니다.'허정무호'가 한국 감독으론 최초로 원정 월드컵에서 승리를 이뤄냈다. '허정무호'는 늘 주눅이 들었던 유럽에 맞서서도 기죽지 않았다. 선수들의 열정도, 체력도 꺼지지 않았다.
서울시청 광장에서는 새벽 2시가 넘어서도 그 열기가 사라지지 않았다. 바로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이 지난 12일(이하 한국시간) 밤 넬슨 만델라 베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0 남아공월드컵 그리스와 경기서 2-0으로 승리했기 때문이다.
원정 월드컵에서 한국이 보여준 최고의 경기로 꼽힐만큼 공격과 수비에서 완벽하게 상대를 지배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3위의 그리스는 47위에 불과한 한국의 총공세에 당황하며 유로2004 챔피언의 위용을 전혀 보이지 못했다.
그리스가 위용을 보이지 못한것보다 대한민국 대표팀이 괄목의 성장을 보인것이 더 클지도 모른다. 2002년 한일 월드컵, 2006년 독일 월드컵을 거쳐 2010년 그 성장의 정점을 확실히 보여줄 준비가 된 대한민국 대표팀이다.
□2002년의 감동
2002년 '히딩크호'는 황선홍 홍명보 유상철 이운재 김병지 등 베테랑 선수들이 젊은 후배들을 이끌면서 완벽한 신구조화를 일궈냈다. 다양한 국제경기 경험을 통해 얻은 선배들의 노련미와 박지성 이영표 이천수 김남일 차두리 등 젊은 선수들의 겁없는 근성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며 승승장구 행진을 펼쳤다.
8년 전 젊은피의 매서움을 보여줬던 박지성 이영표 김남일 차두리는 이제 허정무호를 이끄는 베테랑 선수들이 됐다. 이들의 뒤를 박주영 이청용 기성용 이승렬 등 어린 선수들이 받치면서 더없이 훌륭한 조직력을 발휘하고 있다.
2002년 '히딩크호'는 피지컬은 물론 멘탈에서도 완벽하게 상대를 압도했다. 축구 강국을 자부하는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을 맞아 주눅들지 않고 상대를 밀어붙였다. 한국의 예상치 못한 습격에 유럽 최고의 선수들도 뒤로 물러서며 기선을 제압당했다.
□2006년의 가능성
딕 아드보카트 감독이 이끌던 2006 월드컵 대표팀은 1승1무1패 승점 4점으로 조별리그서 탈락했다. 당시 토고, 프랑스, 스위스와 G조에 속했던 대표팀은 첫 경기인 토고와 경기서 역전승을 거두었다.
2006년 6월13일 독일 프랑크푸르트 발트 슈타디온에서 열린 토고와의 경기서 한국은 전반 31분 모하메드 카데르 쿠바자에 선취골을 내주며 끌려갔다. 그러나 후반 초반 토고의 마맘이 경고누적으로 퇴장 당하며 경기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
특히 당시 토고는 수비적인 모습이 아니라 공격적인 움직임을 통해 정상적인 경기를 펼치며 한국에 기회를 만들었다. 경기력이 확실하게 뛰어나지 않았지만 한국은 후반 9분 이천수가 프리킥으로 동점을 만든 뒤 31분에는 안정환이 역전골을 터트리며 승리를 챙겼다.
토고의 전력이 뛰어난 것도 아니었고 상대가 퇴장 당하며 기회를 얻어 승리했던 당시 경기와 이번 남아공 월드컵의 그리스와 첫 경기는 양상이 완전히 달랐다. 한국은 그리스를 압도했다. 공격과 수비 전반에 걸쳐 완벽한 모습을 선보이며 승리를 거두었다.
□2010년의 위용을 과시할 한국
대한민국은 그리스전에서 scaffolding(발판)을 마련했다. 그리스전은 시작에 불과하다는 말이 과언이 아니다.
한국 대표팀의 실력이 괄목할 만큼 성장했고 눈부신 장악능력을 보여주고 있는만큼 전세계가 가지고 있는 관심도 크다. 허정무호가 히딩크호보다 뛰어난 전략과 팀플레이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그리스전에서 보여줬다.
이제 남은 아르헨티나와 나이지리아전에서는 박지성뿐 아니라 23 인의 선수들이 위용을 과시할 수 있다.
아르헨티나와 나이지리아 감독은 한국의 행동 하나하나에 눈과 귀를 집중해야 한다고 지난 12일 인터뷰에서 밝혔다.
이번 승리가 한국 감독의 첫 승리로만 기억돼서는 안된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 전 세계를 뒤흔들 '허정무호'가 될거라고 대한민국 국민들은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