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공여액 500억원 이상인 기업들 중 건설과 조선, 해운업체 등 65개곳이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이나 퇴출 대상으로 분류될 전망이다.
채권은행들은 이번 기업신용위험평가를 통해 건설사와 조선사의 부실이 금융권에 전이되는 것을 막기 위해 보다 엄중한 평가기준을 내세웠다.
그러나 구조조정 대상으로 분류된 해당 기업들이 반발하고 신용위험평가의 신뢰성 여부에 대해 문제제기가 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구조조정 과정이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부실기업 싹잘라라= 채권은행은 25일 시공능력 300위권 건설회사에 대해 신용위험을 평가한 후 워크아웃 기업 9곳(C등급), 법정관리 기업 7곳(D등급)으로 분류했다.
건설사를 제외한 신용공여액 500억원 이상 대기업 가운데는 49곳을 구조조정 대상으로 분류해 모두 65개가 구조조정 대상에 올랐다.
C등급 받은 업체들은 채권은행과 경영정상화 약정을 맺고 자산매각 또는 인수합병(M&A), 경비절감 등 구조조정에 나서야 한다. D등급은 청산 또는 법정관리 절차를 밟는다.
채권은행들은 올해 구조조정 대상 기업이 지난해보다 줄어든 것에 대해 "엄정한 잣대를 들이댔지만 계량수치의 형평성이 가장 걸림돌이었다"고 설명했다.
현재 진행 중이거나 앞으로 예정된 대형 사업지에 문제가 잇는지 여부를 들여다보려면 계량수치가 아닌 비계량수치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하지만 비계량수치는 채권은행들의 주관이 들어갈 우려가 있어 건설사들간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채권은행 관계자는 "재무제표가 좋아도 현재 진행하고 있는 사업의 전망이 좋지 않을 경우에는 C등급으로 분류하기도 했다"며 "계량이 아닌 비계량 수치로 따져봐야 하기 때문에 건설사들의 반발도 심했다"고 말했다.
◇강도 높은 구조조정?= 올해 기업 구조조정은 정부의 의지가 많이 반영됐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달 7일 은행장들과의 오찬간담회에서 "기업 구조조정에 관심을 둬야 한다"고 말한 데 이어 이달 17일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무책임하게 주택시장에 뛰어들어 (미분양 등으로) 많은 부담을 준 건설사는 도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채권은행들은 이러한 정부의 의지를 반영해 신용위험평가에 대해 엄격하게 진행했다. 하지만 금융당국과의 조율 중에 계량수치의 형평성 문제가 불거지면서 당초 건설 구조조정 대상 23개곳에서 16개로 줄어들었다.
채권은행 관계자는 "건설업계의 부실이 금융권으로 전이되는 것을 막기 위해 엄정한 잣대를 기울였지만 금융당국은 형평성을 강조했다"며 "이번 구조조정에서 부실기업으로 퇴출되지 않은 곳이 또 부실이 날 경우 모두 은행이 떠안아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