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 나오토 일본 총리가 10일 한국강제병합 100년을 맞아 식민지 지배와 관련해 '마음으로부터의 사죄'를 내용의 담화를 발표했지만 국내 관련 시민단체는 일제히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일본 정부가 조선왕실의궤 등 한반도에서 유래한 도서에 대한 반환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서도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이라며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의 이국언 사무국장은 "일본이 한일병합 100년이라는 정치적으로 중요한 시기의 의미를 간과한 담화"라며 "(과거에 비해) 진일보한 담화 내용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제 피해자의 보상 문제에 대한 언급도 없는 언어적 수사에 그친 게 아쉽다"며 "전체 맥락에서 보면 한국과 일본 간 불신과 장벽을 깨기에는 함량미달이다"고 설명했다.
태평양전쟁희생자유족회 양순임 회장도 "일본이 진정으로 반성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며 "담화에 나온 '통절한 반성'도 믿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강주혜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사무처장 역시 "식민지하에서 고통받은 피해자 문제에 대한 명확한 견해를 밝히지 않고 사과만 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지적하고 "과거사를 진실로 매듭짓고자 한다면 피해자에 대한 보상과 입법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담화 발표 시기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박한용 민족문제연구소 연구실장은 "사죄 담화문은 15일이나 병합조약 체결일인 22일 등 역사적인 날 발표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그에 앞서 담화문 내놓은 것은 종전기념일인 15일을 한국을 배제한 자신들만의 행사로 만들고 국치일은 아예 무시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