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삼성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했던 전략기획실의 부활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이 고문이 일정부문 역할을 하지 않겠냐는 시선과 과거처럼 2인자의 역할을 하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이라는 시선이 엇갈리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로서는 이 고문이 경영일선으로 복귀하는 것이 어렵지 않겠느냐는 게 삼성그룹 내ㆍ외부의 시각이다. 대신 이건희 회장을 도와 동계올림픽 유치 활동을 지원하는 등 이 회장을 보필하는 역할을 할 가능성은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19일 재계와 삼성측에 따르면 이학수 고문의 경영일선 복귀에 회의적인 시각을 갖는 첫 번째 이유는 '사회적인 시선'이다.
이 고문은 삼성 비자금 사태의 핵심인물이라는 점이다. 삼성이 글로벌 기업으로 한 단계 더 도약하는 과정에서 이미지에 손상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이재용 부사장이나 이부진 전무 등의 넓어진 경영보폭으로 세대교체가 진행되고 있는 점도 이 고문의 경영일선 복귀가능성을 희박하게 보는 다른 이유다.
재계의 한 관계자도 "그룹 회장 직이 승계되면 이전 회장을 보좌하던 참모들은 자연스럽게 교체되는 게 순리"라며 이 고문의 경영복귀가 사실상 어려울 것임을 시사했다.
특히 지난해 그룹 주력계열사인 삼성전자 총괄 사장에 이재용 부사장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최지성 사장이 부임하면서 경영권 승계가 본격화됐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 시점에서, 이 고문의 존재가 이 회장 자녀들에게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또한 최근 경영진단을 마쳤던 삼성물산의 사례도 이 고문에게는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삼성물산 경영진단 중심에는 이상대 삼성엔지니어링 부회장(전 삼성물산 부회장)이 있다. 이 고문과 이 부회장은 고려대 동문으로 1980년대 삼성그룹 회장 비서실에서 함께 일하며 친분을 쌓았다.
그룹 안팎에서는 이상대 부회장이 삼성물산 부회장 자리까지 오를 수 있었던 데에는 이학수 고문의 영향력이 컸던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그룹의 한 고위 관계자는 "지난 7월에 종료된 삼성물산 경영진단에서 이상대 부회장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가 내려진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로 인해 이 부회장이 삼성엔지니어링 경영일선에서도 사실상 물러났으며, 이 점이 이 고문에게 호재는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 역사에서 고문이나 상담역 등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던 인물이 다시 경영일선으로 복귀한 전례가 없던 점도 이 고문의 경영복귀 가능성이 희박함을 반증하고 있다.
삼성그룹 임원들은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면 퇴직하기 전까지 고문이나 상담역 등의 직함을 달고 경영자문 등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고문과 상담역이라는 자리는 경영자문 뿐만 아니라 개인적으로 은퇴 후의 삶을 준비하기 위해 회사측에서 배려하는 자리"라며 "고문과 상담역의 직함을 갖고 있다가 경영일선으로 복귀한 사례는 거의 없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삼성 내부에서도 이 고문의 복귀여부보다는 과거 전략기획실과 같은 컨트롤 타워 재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삼성그룹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었던 데에는 '이건희 회장-전략기획실-계열사 사장단'이라는 삼각편대의 호흡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삼성 내부에서는 지난 2008년 4월 이건희 회장의 퇴진과 전략기획실의 해체 이후 그룹의 컨트롤 타워 부재로 인한 의사결정의 어려움을 겪었다. 이에 따라 과거 전략기획실과 같은 조직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삼성 관계자는 "그룹의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 원론적으로 공감은 하지만 여론 등을 살피고 있는 상황"이라며 "하지만 전략기획실이 부활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이학수 고문의 복귀의미는 아니다"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