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보사 상장 1년<상>] 소문난 '상장 잔치' 먹을 것 없더라

입력 2010-10-14 11:30 수정 2010-10-14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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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박이라던 주가 공모가 밑돌아 ... 대출받아 자사주 매입한 직원들 한숨만

지난해 10월 8일 동양생명이 생보업계 첫 상장을 한지 1년이 지났다. 생보사 상장은 준비과정 부터 남다른 관심을 받았다. 특히 대한생명과 삼성생명의 상장은 금융시장에 적잖은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현재 상장한 생보 3사의 시가총액은 30조원에 달한다.

하지만 생보사 상장 1년 성적표는 다소 실망스럽다. 상장을 통해 적지 않은 자금을 확보했지만 아직 이렇다 할 성장성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이에 생보사 상장의 과정을 되돌아 보고 현재의 상황을 진단해 본다.

◇ 24년 숙원 푼 생보사 = 주식시장에‘상장’을 하는 것은 생보업계의 오랜 숙원사업이었다. 그런나 생보사 상장은 지금까지 이런 저런 이유로 20년 넘게 미뤄져 왔다.

1940~1950년대 사업을 시작한 생보사들에 대한 상장이 처음 논의된 것은 1987년 11월에 제정된‘자본시장 육성에 관한 법률’에 의거해 정부가 생보사의 상장을 적극 유도하면서다. 당시 교보생명(1989년)과 삼성생명(1990년)에 대한 상장이 적극적으로 추진됐다.

당시 교보생명과 삼성생명은 자산재 평가를 실시하면서 재평가 적립금을 계약자와 주주 지분으로 하고 그중 각각 662억원과 878억원을 내부 유보시키고 자본잉여금으로 처리했다.

그러나 1990년 말 정부는 당시 주식시장의 침체, 기존 주주에 대한 특혜 시비 등 부정적인 사회 여론을 감안해 상장 보류를 결정했다. 이후 1999년과 2003년 두 차례에 걸쳐 생보사 상장 방안이 추진됐으나 생보사의 성격과 상장 차익에 대한 계약자 배분 문제 등에 관한 보험업계와 시민단체간의 첨예한 대립으로 인해 결국 무산됐다.

2005년 말 다시 국회를 중심으로 생보사 상장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되자 정부는 생보사 상장자문위원회를 구성해 약 1년에 걸쳐 각계 의견을 청취하고 공청회, 세미나 등을 개최하는 과정을 통해 최종적인 상장방안을 마련했다.

이후 2007년 4월 증권선물거래소가‘유가증권 시장 상장규정 개정안’을 금융감독위원회(현 금융위원회)에 제출, 지난 십 수 년을 지속해 온 생보사의 상장 문제에 마침표를 찍었다.

지난해 10월 국내 생보사 가운데 최초로 동양생명이 상장한 데 이어 올해 3월과 5월 각각 대한생명과 삼성생명이 상장을 마쳤기 때문이다.

◇ 상장 직후 공모가 넘지 못한 주가 = 생보사 상장은 상장을 전후에 투자자들에게 집중적인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생보사 상장 1년이 지난 지금은 주가 면에서 부진한 실적을 보이고 있다.

동양생명은 상장 1호라는 상징적인 의미가 부여되 만큼 기대도 컸지만 떨어진 주가를 회복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지난해 10월 상장 당시 공모가는 주당 1만7000원 선이었으나 현재 주가는 1만1800원대를 보이고 있다. 올해 동양생명의 뒤를 이어 상장한 대한생명이나 삼성생명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대한생명은 공모가인 8200원보다 낮은 수준인 7850원대에서 주가가 형성되고 있으며 삼성생명 주가도 주당 10만6500원대로 공모가 11만원에 못 미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생보사들의 사업구조에 대한 이해도가 낮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생보사 관계자는 “업종을 다루는 애널리스트 조차 보험금과 보험료의 개념을 혼동하는 등 업종에 대한 이해도가 낮다”고 말했다. 생보사들의 사업본질보다 부수적인 측면에 지나치게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는 점도 지적됐다.

따라서 주가가 이렇다 보니 자사주를 매입했던 임직원들도 기운이 빠질 수밖에 없다. 상장 생보사 직원들은 회사로부터 수백만 원 이상의 대출을 받아 주식을 샀지만 막상 상장을 하고 보니 수익은 커녕 매년 대출금리 5% 수준에 해당하는 돈을 이자로 내는 형편이다.

생보사 관계자는“생보사는 기본적으로 장기 상품을 취급하는 만큼 먼 미래에 이익이 어느정도 발생하느냐가 중요하다”며 “한두 분기 영업을 잘한다고 주가가 올라가는 종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 재무건전성 호전…당기순익도 증가 = 상장 생보사들은 상장을 통해 자금이 유입되면서 재무 건전성은 호전됐다는 평가다. 실제로 동양생명의 지급여력비율은 상장 직전인 2009년 9월말 기준으로 208.8%에서 2010년 6월 말 기준 258.2%로 50%포인트 가까이 증가했다. 자기자본은 2009년 9월말 기준 7749억원에서 2010년 3월말 기준 1조173억원으로, 총자산은 10조363억원에서 11조2974억원으로 늘었다.

실적 역시 좋은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동양생명의 올해 1분기(2010년 4~6월) 매출액은 8703억원으로 전년동기의 7806억원보다 11.5% 증가했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도 521억원과 403억원을 달성, 전년동기대비 100.7%, 104.2% 각각 증가했다.

대한생명 역시 지급여력비율이 상장 전인 2009년 9월 말 228%에서 상장 뒤인 2010년 3월 말 305%로 70%포인트 이상 증가했다. 대한생명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도 ‘흑자전환’에 성공, 각각 1595억원과 1285억원을 기록했다.

뜨거운 관심 속에 있는 삼성생명도 기업의 체질이 개선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동안 양적인 규모, 실적에만 매달렸다면 상장 이후에는 시장에서 바라보는 눈을 좀 더 의식하게 됐기 때문이다.

이수창 삼성생명 사장이 최근“‘내실있는 성장’을 추진하는 한편 수익성 확보를 위해서 계약유지율, 설계사(FC) 정착률 등 영업 효율지표 개선을 추구하고 있다”고 언급한 것도 이같은 맥락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상장을 통해 생보사들이 체질개선에 나섰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부분 수십년의 상장 역사를 지닌 업체에 비해서는 국내 생보사의 역사가 짧은 만큼 보다 적극적인 투자설명 활동으로 시장의 반응을 이끌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상장을 준비 중인 다른 생보사들은 상장 생보사들의 상황을 엿보며 시기를 조율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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