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LH)공사의 1만여가구 이상 신규 공공아파트 건설현장이 ‘올스톱’됐다.
약 120조원의 부채에 시달리고 있는 LH공사가 사업구조조정을 이유로 입찰을 끝내놓고도 시공자 선정을 늦추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LH공사가 보금자리주택의 시공자 선정과 시공까지 미루는 초강수를 두고 있는데 대해 건설업계는 사업구조조정 대상지가 예상보다 훨씬 클 것으로 보고 전전긍긍하고 있다.
14일 LH공사와 건설업계에 따르면 최근 3개월 동안 LH공사가 발주한 300억원 이상 최저가 낙찰제 공사에서 입찰 이후 공공아파트 시공사를 선정하지 않은 곳은 총 9630가구(13건)에 이른다. 300억원 이하 공사 등을 포함하면 입찰이후 진행이 중단된 사업장은 1만여 가구를 훨씬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공공아파트 건설공사는 최저가 낙찰방식으로 진행된다. 입찰에 참여한 건설사들은 적정 가격을 써내고 LH공사는 덤핑 방지를 위해 두차례 적격검사 후 최종 낙찰자(시공자)를 선정한다.
그러나 LH공사는 최근 3개월동안 진행된 13건의 공공아파트 건설공사 입찰을 미루거나 적정성 검사를 무기한 연기했다. 이는 LH공사가 부채를 줄이기 위해 입찰을 진행했던 13건의 공공아파트 시공사 선정과 착공시기를 사업구조조정 이후로 늦춘 탓이다. 특히 이명박 정부의 치적이랄 수 있는 보금자리주택 시공사 선정도 연기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따라 보금자리주택 수급에도 적잖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우려된다.
보금자리 시범지구인 서초구 우면동 서초A2블록 아파트 1공구(1082가구)의 경우 지난 7월 말 입찰 이후 아직 건설사 선정을 마치지 못했다. 이 외에 공사착공이 무기 연기돼 일정에 차질을 빚고 있는 사업지구는 용인 서천 3개 공구, 파주 운정 2개 공구, 대전도안, 전주 효자지구, 청주 성화지구, 의정부 민락지구, 의왕 포일지구, 성남 도촌지구, 오산 세교지구 등이다.
LH공사는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채권 발행 등이 원활하게 진행되는 등 유동성 문제가 해결되는 즉시 시공사를 선정해 착공에 들어갈 계획이다”고 말했다.
시공사 선정이 무기 연기되면서 중견 건설사들의 속은 새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다. 가뜩이나 부동산 시장 침체와 토목·건축공사 물량 감소로 인한 수주감소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LH공사의 공공아파트마저 시공사 선정이 무기한 연기됨에 따라 매출감소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현재 시공사 선정이 늦춰져 착공이 늦춰진 13곳의 공사비는 1조3200억원에 이른다.
중견건설사 한 관계자는 “LH공사가 발주한 공공아파트 시공사 선정이 내년으로 연기될 가능성이 커진만큼 올해 매출이 크게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걱정했다. 한편, LH공사는 부채문제 해결을 위해 414개에 달하는 전국 사업장 가운데 보상 등이 이뤄지지 않은 138개에 달하는 신규사업장을 구조조정 검토대상으로 분류, 사업진행 가능성 여부를 타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