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법무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는 '민간인 사찰' 수사 결과를 놓고 야당 의원들이 적극적으로 재수사를 촉구했다.
특히 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불법 사찰에 가담한 지원관실 원모 전 팀원의 수첩 사본을 제시하며 "수첩에 '8월11일 회의' 'BH 지시사항'이라는 문구가 있고 민정ㆍ사회수석에게 보고했다는 내용도 있는데 수사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며 "장관이 검찰에 수사지휘권을 발동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박 의원은 "청와대는 보고받은 게 없다고 하고, 중앙지검은 누가 하명했는지 몰라서 처벌할 수 없다고 하는데 상식 선에서 이해할 수 없는 부실수사"라며 "이인규 전 지원관은 최근 법정에서 이강덕 당시 치안비서관에게 보고했다고 진술했는데 검찰은 이 비서관을 서면조사하는 데 그쳤다. 소환조사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오후 추가 질의에서도 "검찰이 법원에 제출한 원씨의 수첩에 '지원관실이 사회수석에게 보고했다'는 내용이 있다. 청와대가 민간인 사찰과 관련해 보고를 받은 것인지 재수사해야 한다"고 거듭 촉구했다.
이에 대해 답변자로 나선 최교일 검찰국장은 "지원관실 관계자들의 공판 과정에서는 민정ㆍ사회수석 누구에게도 보고했다는 진술을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수첩에는 대한적십자사(한적)의 동향과 관련해 '사회수석 보고받은 후 다른 이야기 X'라는 내용이, '7월31일 동향보고 수신자에 사회수석실 최희주'라는 내용이 기재돼 있다. 그러나 이는 원씨가 복지부 사람들로부터 들은 내용을 받아적은 것이며, 본인이 직접 사찰하거나 보고했다는 취지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에 이귀남 장관은 "한적은 국가 보조를 받는 복지부 산하 기관이다. 제가 법률구조공단에 대해서 파악해 대통령에게 보고할 수 있는 것과 같은 논리"라며 복지부의 활동은 직무 범위에 해당하므로 문제가 없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박지원 의원도 "원씨의 수첩은 80여페이지인데 곳곳에 'BH'라고 적혀 있다. 새로운 사실이 나왔으니 재수사해야 한다"며 수사지휘권 발동을 촉구했다.
한나라당에서도 일부 의원들이 질의했으나 톤은 야당 의원들에 비해 낮았다.
박준선 의원은 "누구든 죄가 있으면 수사를 해야 한다. 하지만 당사자들이 진술을 안 하고, 진술을 해도 신빙성이 없으면 검사는 기소를 못 하는 것"이라며 "다만 지금까지 수사해서 밝힌 진실이 실제와 다를 수도 있기 때문에 검찰도 언제든지 재수사할 수 있다는 여지는 보여야 한다"고 완곡하게 말했다.
질의가 이어지자 이 장관은 "검찰은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서 수사했음에도 만족스런 결과가 나오지 않은 것 같다"며 "새로운 증거가 발견되면 언제든지 재수사를 하겠지만 현재로서는 마찬가지 결론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선을 그었다.
이 장관은 또 "검찰도 수사 당시에 자료를 봤고 조사했다"고 거듭 강조하며 수사지휘권 발동에 관해서는 "수사지휘권은 신중하게 행사돼야 할 부분"이라며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