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한국 최초 국제회의 통역사였던 외국어대 최정화 교수가 28년 동안 수 많은 정상회담과 국제회의 등 1800여회의 통역을 하면서 만난 글로벌 리더들과의 인연과 그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느껴지는 성품을 관찰자 입장에서 진솔하게 정리한 책이다.
최 교수는 이 책에서 자신이 만난 세계적 슈퍼 리더들은 그들만이 지닌 선한 기운, 즉‘엔젤 아우라’가 있다고 주장했다.
지금까지 들어보지 못한 생소한 단어 조합인‘엔젤 아우라’는 엔젤(Angel)의 성스러움, 경건함, 선함의 결정체로 대변되는‘천사’을 의미하고, 아우라(Aura)는 사람에서 풍겨 나오는‘기운’내지‘에너지’에 가까운 의미를 담는다고 사전적 의미를 부여했다.
엔젤 아우라를 좀 더 의역하자면‘천사로 부터 풍겨 나오는 기운’또는‘천사에서 흘러 나오는 긍정적인 선한 힘’정도로 표현할 수 있다고 최 교수는 정의했다.
또 엔젤 아우라는 주변 사람들로 하여금 그들을 진정한 리더로 인정하게 끔 만드는, 리더들의 몸에 밴 배려심, 포용력, 통찰력 등으로 완성된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아무리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라도 그 능력을 담아 내는‘인격적인 그릇’이 작으면 사회에서 진정한 리더로 인정받기 힘들며 글로벌 리더로서 세계와 소통하기 힘들다고 조언한다.
요즘 신한금융 사태를 보고 있노라면 씁쓸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경영진 세 사람의 잘 잘못을 논하지 않더라도 30여년을 동고동락(同苦同樂)한 직장 동료이자 선후배간의 권력다툼은 어떤 변명으로도 이해하기 힘들다.
후발 은행으로 출발해 30여년만에 자산규모 313조원 규모의 국내 빅3 금융그룹 으로 성장시킨 이들의 업적과 노고는 후배 행원들로 부터 칭송(稱頌) 받기 충분했다.
하지만 말년(末年)의 노욕은 그들이 한낱 한국 금융업계의 리더이지 세계 금융시장을 이끌 글로벌 리더들이 아님을 스스로 밝히고 말았다.
주주,감독기관,언론 등 주변에서 깨끗한 퇴진의 메시지를 던졌음에도 불구하고 궁색한 변명으로 자리에 연연한 모습은 수많은 신한금융 후배들에게 허탈감과 실망감만 더해 줄 뿐이다.
사실 국내 금융권 최고 경영진의‘불명예 퇴진사’는 어제 오늘 만이 아니었다. 굳지 1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지 않더라도 적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증권사 사장에서 일약 은행장으로 발탁돼 승승장구 하던 김정태 전 국민은행장은 2004년 스톡옵션과 관련된 회계부정 문제로 결국 은행을 떠나야 했다.
또 신한은행과 조흥은행 합병 과정에서 의견이 다르다고 경질된 최영휘 행장, 파생 상품과 해외투자 손실 등의 이유로 금융당국으로 부터 징계를 받고 퇴진해야 만 했던 황영기 회장과 강정원 행장도 한때 언론의 뉴스 포커스가 됐다.
이들 모두 사퇴 배경은 서로 다르고, 혹은 권력의 희생양이 된 사람도 있지만 분명한 것 이들이 세상 사람들로 부터 존경받고 인정받는 글로벌 슈퍼 리더의 조건을 갖추지 못 했다는 것이다.
2007년 한미FTA 협상 당시, 미국이“통신기술 표준은 시장에 맡겨야 한다”며 한국 정부를 압박하자‘내 시체를 밟고 가라(Over my dead body)’며 배수진을 쳐 우리나라의 기술표준정책을 지켜 낸 것으로 유명한 남영숙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는“인간에 대한 관심과 사랑은 글로벌 리더의 제1 덕목' 이라고 강조한다.
세계 금융시장은 이제 하나의 시장이라고 할 만큼 전 세계 금융산업은 개방화,대형화가 급진전돼 왔다. 한국 금융산업도 세계무대로 나가 경쟁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려운 시장 환경에 처해 있다. 따라서 글로벌시장의 무한 경쟁을 이끌‘글로벌 리더’의 육성이 시급하다.
재능, 재력, 직위가 아닌 세상을 감동시키고 긍정적인 소통의 힘인 엔젤 아우라가 물신 풍겨 나오는 토종 글로벌 슈퍼 리더가 많이 배출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