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이 경쟁적으로 양적완화를 지속하면서 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본 민간 싱크탱크인 미즈호종합연구소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각국의 무분별한 양적완화 경쟁이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애널리스트들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양적완화 효과에 의문을 나타냈다.
이들은 긍정적인 효과보다는 부작용이 클 것이라고 응답했다.
미즈호가 지난달 월스트리트의 이코노미스트들을 상대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응답자 대부분은 양적완화가 경제를 자극하지 못할 것이라고 비관했다.
미즈호는 미국과 일본이 주도하고 있는 양적완화가 어떤 효과와 부작용을 초래할지 여부와 출구전략 시기를 제대로 논하기도 전에 도입되고 있다는 점을 문제로 지목했다.
미시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양적완화가 장기금리를 더욱 낮춰 설비투자나 주택건설, 소비 심리를 자극할 수는 있지만 장기금리 하락과 그에 따른 단기 금리와의 격차 축소가 은행의 수익 기회를 줄여 본래 금융의 기능을 저하시킬 수도 있음을 지적했다.
또 양적완화로 자산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지나친 나머지 자산버블을 촉발시킬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양적완화의 거시적인 문제점에 대해서는 선진국의 양적완화로 형성된 대량의 투기자금이 신흥국 자본시장과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들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미즈호는 이들 투기자금이 곡물, 금속 등 원자재 시장에도 파고들어 세계 경제를 불안하게 만들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최근 환율전쟁에 신흥국들까지 개입하게 된 배경은 외국 자본이 유입되면서 신흥국의 통화 가치를 끌어 올렸기 때문이다. 금 가격은 사상 최고치인 온스당 1370달러대를 돌파했고 은, 구리, 옥수수 가격 역시 투기자금 유입으로 기록적인 수준까지 올랐다.
최근의 양적완화 경쟁은 지금까지의 대규모 정책에도 불구하고 경기나 고용이 회복되지 않았다는 상실감과 시장·국
민들 사이에서 높아지고 있는 정부와 중앙은행에 대한 기대감이 빚어낸 왜곡인 셈이다.미즈호는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지금보다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에 대해 도널드 럼스펠드 전 미국 국방장관의 말을 빗대자면 ‘알려지지 않은 불확실성(unknown unknown)’이 아니라 ‘알려져 있는 불확실성(known unknown)’이다.
양적완화에 기대한 만큼의 효과가 나타나지 않으면 대폭적인 완화를 무분별하게 추진하게 되고 이에 따른 보호주의와 그 보복 조치가 세계로 확산될 것이 우려된다. 따라서 각국은 그 득실을 재차 검토하고 또 공조 노력도 계속해야 한다고 미즈호는 지적했다.
미즈호는 세계 경제가 경제정책의 효과와 부작용, 장기적인 이익과 눈앞의 과제 해결, 정책으로서의 합리성과 정치적 압력을 병행시키면서 더블딥을 피하기 위해 시행착오를 계속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럴 경우 세계 경제는 표면적으로는 완만하게 회복되겠지만 실제로는 1990년대 일본 경제와 같은 ‘머들 스루(muddle through)’, 즉 취약한 가운데 그럭저럭 위기를 모면해 나아가는 처지에 몰릴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