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들의 퇴직연금 사업이 '레드오션'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은행들의 '꺾기'와 계열사 밀어주기 관행으로 영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연말로 예정돼있던 대기업들의 퇴직연금 전환 시기가 미뤄지면서 신규 수익원 확보도 어려운 상황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8월 현재 증권사들의 퇴직연금 적림금은 2조6650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연말 1조6620억원 대비 60%이상 급증한 것이다.
시장점유율 역시 13.6%를 기록하며 지난해 연말보다 1.8%포인트 확대됐다. 은행(3.1%포인트) 대비 점유율 상승세가 더디기는 하지만 보험(-4.9%포인트) 보다는 선방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들은 향후 증권사들의 퇴직연금 사업규모가 축소될 수도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출혈경쟁’이다. 은행의 '꺾기'와 일부 증권사들의 고금리 수익률로 과당경쟁이 촉발되면서 시장이 점차 혼탁해 지고 있다.
업계 자율적로 퇴직연금 보장금리를 연 5% 아래로 제한 '리스크관리 기준'을 금감원에 제출했지만 실상 영업 현장에서는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는게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중형 증권사 퇴직연금 관계자는 "대형사들의 고금리 경쟁과 계열사들 밀어주기, 은행들의 '꺾기'로 인해 사실상 중소증권사들이 퇴직연금 사업은 답보상태"라고 말했다.
퇴직연금제도 개선안을 담은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근퇴법) 개정안이 2008년 말 국회에 상정된 후 2년 가까이 표류하고 있는 점도 걸림돌이다.
현행 근퇴법에는 근로자와 회사가 합의만 하면 아무 제한 없이 중간정산이 가능하다. 유보금이 세제혜택 폐지 전에 누수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중소기업들을 중심으로 이미 누수가 감지되고 있다는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이런 가운데 올 연말 '최대어'로 관심을 모았던 포스코와 현대차그룹 등이 퇴직연금 도입시기기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관계자들은 내년 초에나 시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현대그룹의 경우 계열사인 HMC투자증권에 사업권을 넘
길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처럼 수익확보에 난항을 겪자 중소형사인 A증권사는 퇴직연금사업을 철회키로 결정하고 조직을 축소하고 있다. 대형사인 B증권사 역시 퇴직연금 본부를 홀세일사업부로 편입시켜 격하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사 퇴직연금 관계자는 "당초 올 연말 퇴직연금 시장규모가 45조원을 넘어설 것이라고 예상됐지만 이제 가까스로 20조원을 넘긴상태"라며 "금융사들의 경쟁력 제고 노력과 함께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지
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