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카슈랑스가 도입된지 올해로 7년째다. 도입 초기 은행업계와 보험업계가 단계별 도입과정을 두고 첨예하게 대립했던 방카슈랑스는 그 동안 많은 변화를 불어왔다.
특히 불완전판매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방카슈랑스채널 판매액이 점차 늘어 보험사들의 새로운 판매채널로서 확고한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고민도 많다. 은행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은행의 요구에 끌려 다니는‘주객전도현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 금융위기 이후 급증…최고 실적 채널로 = 방카슈랑스는 연금, 교육보험 등 저축성 보험 등을 대상으로 2003년 8월 시행된 이후 2005년 4월 2단계 확대를 통해 질병보험과 상해보험 등 순수보장성보험으로 확대됐다. 또 2006년 10월 만기환급형보험도 포함됐다.
하지만 당초 2008년 4월 종신보험과 CI보험, 자동차보험으로 확대될 예정이었지만 보험업계의 적극적인 반대로 가로 막혀 시행 직전 철회됐다.
방카슈랑스 실적은 점차 늘고 있는 상황이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19개 생명보험사의 방카슈랑스 월납 초회보험료(신계약을 체결할 때 내는 보험료)는 1224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26.1% 증가했다.
방카슈랑스 상품판매는 금융위기 당시 크게 위축됐다고 경기회복과 저금리 기조가 계속되면서 다시 늘어났다는 분석이다.
특히 보험사들의 영업강화에 나선 것도 있지만 안정적인 자산을 선호했던 성향이 크게 작용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주식 등 투자상품보다는 연금과 저축성 보험으로 여유자금이 몰렸었다.
또 은행들도 비이자수익 확대를 위해 보험상품 판매에 적극 나서면서 보험사들이 방카슈랑스 전용 저축성 보험을 집중적으로 선보인 것도 실적 증가의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저금리 기조가 이어짐에 따라 고객들이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저축성 보험 등에 큰 관심을 보이면서 방카슈랑스 판매실적이 급증했다”고 말했다.
◇ 중소 보험사‘약진’…대형사 점유율 감소 = 방카슈랑스 판매실적 증대는 보험시장에서 중소형사 및 외국사의 점유율 확대로 이어졌다.
방카슈랑스의 수입보험료 비중이 점증됨에 따라 방카슈랑스 판매채널에 대한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중소형사 및외국사의 성장세가 지속된 것이다.
실제로 삼성생명의 지난 7월 한 달간 시장점유율(수입보험료 기준)은 26.0%로 같은 기간의 대한생명(11.7%)과 교보생명(12.1%) 등 대형보험사 3사의 점유율이 49.8%였다. 지난 2010회계연도 1분기(2010년 4월~6월) 3사의 시장점유율(50.1%)보다 0.3%포인트 감소한 것으로 50% 밑으로는 처음 떨어진 것이다.
삼성·대한·교보생명 등 3사는 2000년대 초반 80%를 넘는 시장점유율을 자랑했다. 1998회계연도 67.2%이던 시장점유율은 IMF를 거친 뒤 2000회계연도에 81.0%까지 올라갔다.
이후 대형보험사 3사의 시장점유율은 2003회계연도에 70.8%, 2005회계연도 64.2%, 2007회계연도 57.6%, 2009회계연도 52.0% 수준으로 떨어지고 있다. 방카슈랑스 판매가 2003년부터 본격화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시장점유율 변화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가능한 것이다.
보험연구원 관계자는 “방카슈랑스는 신채널 중에서도 보험업계 시장점유율 변화를 주도하는 가장 큰 영향을 주고 있다”면서 “중소형사의 경우 방카슈랑스를 집중 공략하면서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고 말했다.
◇ 은행 의존도 높다…고민 많은 보험사 = 방카슈랑스가 외형적으로 잘 나갔지만 보험업계에는 또다른 고민을 던져줬다. 방카슈랑스 비중이 커지면서 은행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져 상품개발 등에서 은행에 끌려 다녀야 하는 등 잠재적 갈등 소지가 다분한 것이다.
실제로 지난 2008년 4월 당초 계획대로라면 종신, CI보험 등 개인보장성보험과 손해보험사들의 자동차 보험이 4단계 개방을 통해 방카슈랑스 상품으로 확대되야 했으나 보험업계의 반발로 철회됐다.
보험업계에선 개인보장성보험과 자동차보험으로 방카슈랑스가 확대되면 영업조직의 이탈, 대리점채널 붕괴, 불완전판매 증가로 인해 결국 경영리스크를 떠안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로 반대했다.
아울러 은행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보험사간 경쟁도 심화되고 있다는 점도 고민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많은 보험사들이 은행과 방카슈랑스 판매제휴를 추진하면서 과당경쟁이 벌어지고 있다”면서“은행에 판매수수료 등의 면에서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하는 등 제 살 깎기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등 4대 은행의 방카슈랑스 실적이 전체 실적의 70%를 차지한다는 점도 보험사간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
또 은행권에서 한 보험사 상품 판매 집중을 막기 위해 실시하고 있는 ‘25%룰’을 완화해 줄 것을 금융당국에 요청하고 있는 점도 보험사들에겐 또다른 고민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현행 방카슈랑스 제도는 지나치게 은행이 주도권을 갖고 있는 만큼 더 이상의 상품확대나 규제 완화는 보험사 경영에 상당한 타격을 주게 된다”고 말했다.
※용어설명
◇방카슈랑스=은행의 판매망을 통해 은행의 고객을 대상으로 보험 상품을 판매하고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방카슈랑스는 보험의 판매망이 은행으로까지 확대되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에는 금융권역의 장벽이 낮아지는 추세에 있어 일반은행뿐만 아니라 저축은행, 증권회사, 카드사 등과 같은 금융기관에서도 보험을 판매하고 있다. 또 방카슈랑스가 좁은 의미로는 보험 상품의 판매에 국한되지만 넓은 의미로는 은행과 보험사간의 공동 상품개발이나 종합적인 업무제휴도 포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