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선진화를 위해서는 정부의 간섭에서 벗어나 장기 전략을 세울 수 있어야 한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정부의 역할이 민간 역량을 극대화해 금융 시스템을 안정 시키는 역할에 그쳐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우리금융 민영화 작업이 본격화되면서 이 같은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보다 먼저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은행을 국유화한 후 다시 민영화를 한 해외 사례는 향후 우리나라가 금융강국으로 가기 위한 방향을 제시해 주고 있다.
특히 △소수 지분 매각과 자사주 매입을 거쳐 합병방식으로 민영화를 이룬 스웨덴 노르드방켄 △단계적 지분 매각을 선택한 호주 커멘월스뱅크 △정부가 50% 이상 지분을 보유하면서도 일절 간섭하지 않아‘경영’민영화를 추구한 노르웨이 덴 노르스케 등은 성공한 사례로 꼽힌다.
1992년 2월 국유화된 노르드방켄은 3년 후인 1995년 10월 34.5%를 공모 방식으로 매각해 정부 지분율을 65.5%로 낮췄다. 이듬해 9월엔 6%를 자사주 형식으로 매입해 소각한 로르드방켄은 1997년 10월 린핀란드계 은행인 메리타와 2003년 3월 덴마크계 은행인 유니덴마크와 잇달아 합병해 북유럽 최대 금융그룹인 노르디아 그룹으로 재출범했다.
두 차례 합병으로 스웨덴 정부의 지분율은 19.8%로 떨어졌다. 합병 후에는 스웨덴 정부는 대주주 지위를 계속 유지하고 있지만 이사후보추천위원회 위원 1명을 지명하는 것 외에는 경영에 일절 간접하지 않고 있다.
커먼월스뱅크는 호주 연방은행이 100% 지분을 보유한 상업은행으로 1991년부터 1996년까지 세차례에 걸쳐 단계적으로 지분을 매각, 민영화를 완성했다. 1991년 상장을 통해 지분 29%를 매각했고 1993년 20.3%를 판 뒤 3년뒤 잔여 지분을 모두 매각했다. 합병없이 지분을 모두 매각해 민영화를 이룬 것이다.
반면 정부 지분을 50% 이상 유지한 채 경영만 독립시킨 사례도 있다. 노르웨이 최대 은행이던 덴 노르스케는 1988~1992년 금융위기에 따른 은행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국유화됐다.
1993년 은행이 정상화하자 노르웨이 정부는 2차례에 걸쳐 지분을 매각했고 지금은 52.15%를 보유하고 있다.그러나 노르웨이 정부는 주주총회에서 의결권 행사, 은행 감사위원회 참여 외에 이사회와 경영진의 의사결정 과정에 개입하지 않음으로써 은행의 경영 자율성을 보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