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디스플레이가 내우외환(內憂外患)을 겪고 있다. 최근 내부에서 액정표시장치(LCD) 패널을 구성하는 핵심 장비인 LCD 모듈이 외부로 반출되는 사건이 벌어진 데 이어 LCD 패널 업황의 침체로 실적마저 악화되고 있다.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LG디스플레이의 연구소에서 개발 중인 LCD 모듈 다수가 외부로 반출되는 일이 벌어졌다. 개발 과정에서 시험 단계에 있던 LCD 모듈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모듈은 일본·대만 등의 경쟁 업체나 중소 LCD 패널 생산 업체로 흘러간 것은 아닌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특히 LCD 모듈 외부 반출은 핵심기술의 유출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LG디스플레이 안팎에서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보통 경쟁사에서 신제품을 출시하면 구입한 뒤 세세히 뜯어보면서 모듈 등의 기술을 분석하는 과정을 으례 갖는다”며 “구태여 이전에 LCD 모듈을 입수하려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산업 스파이 성격의 기술 유출이 아닌 개인적 이득을 취하기 위해 발생한 사건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이다. 반출된 LCD 모듈이 개인 간의 직거래 방식으로 유통되지 않았겠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LCD 패널 관련 핵심기술의 유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에 대해 업계는 우려하고 있다. 재고 관리가 철저한 대기업에서 개발 중인 LCD 모듈이 외부로 반출된 것은 가벼이 넘길 수 없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LG디스플레이 내부 분위기는 뒤숭숭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LG디스플레이는 과거 LG필립스 LCD 시절이였던 2004년 당시 LCD 관련 핵심 기술인 박막트랜지스터(TFT)-LCD 6세대 컬러 필터 공정기술이 대만으로 넘겨지기 직전까지 가는 위기를 맞기도 했다.
내부 연구원이 이 기술을 하드디스크에 담아 대만의 경쟁사로 이직하려고 한 것이다. 자칫 수조원의 손실을 입을 뻔한 사건이었지만 국정원이 차단해 기술이 유출되는 사태는 막을 수 있었다.
이후 보완이 한층 강화된 상황에서 LCD 모듈 외부 반출사건이 발생해 충격의 여파는 더 크다.
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기술 유출을 별다른 조사기관을 갖추지 않은 회사 내부에서 발견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며 “하지만 이번 일은 직접 적발한 면이 있는 만큼 내부 관리가 되고 있다는 긍정적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LG디스플레이와 삼성전자 등 LCD 생산 업체들은 3분기 실적 악화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4분기에는 양사 모두 적자로 전환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LCD 업계에 생산 부문에 종사하는 핵심 관계자는 “재고가 쉽게 줄지 않아 공장 가동률을 높이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판가 하락이 지속될 경우에는 4분기에 적자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