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시장이 침체에 빠진 틈을 타 소형주택이 틈새 투자처로 뜨고 있다. 특히 소형주택의 대표격인 오피스텔과 도시형생활주택은 닮은 듯 다른 매력으로 투자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이들 상품의 최대 장점은 1억원 안팎의 투자비용으로 매달 고정적인 임대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최근에는 수도권 전·월세난이 심화되면서 더욱 인기를 끄는 모습이다.
오피스텔과 도시형생활주택은 언뜻 보면 같은 상품으로 착각할 만큼 닮은 구석이 많다. 하지만 적용되는 법이 다르고, 부과되는 세금도 다르기 때문에 매입 이전에 꼼꼼히 비교해볼 필요가 있다.
◇소액투자의 대명사 ‘오피스텔’ 청약 돌풍 = 아파트와는 대조적으로 오피스텔은 분양하기 무섭게 수요자들을 끌어 모으고 있다. 지난 10월 현대산업개발이 서초동 교보타워 인근에 분양한 ‘강남역 아이파크’ 오피스텔은 최고 36.4대1, 평균 32.7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서희건설이 역삼동에 공급한 ‘강남역 서희 스타힐스’도 5.32 대 1의 경쟁률을 보이며 청약을 마감했다.
오피스텔이 환영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오피스텔은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주택에 적용되는 대출 규제를 받지 않는다. 때문에 자기자본이 많지 않아도 투자가 가능한 게 최대 강점이다. 또 분양을 받아도 무주택 청약자격이 유지될 뿐 아니라 전매 제한이나 재당첨 금지 등 아파트에 적용되는 제약에서 자유롭다는 점도 인기 요인이다.
오피스텔은 건축법상 업무용 시설로 분류돼 1가구 2주택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부가가치세 면제 등 세제혜택도 많다. 단, 주거용으로 쓰일 경우에는 주택과 동일한 취급을 받는다는 점은 명심해야 한다. 이와 함께 정부의 준주택 활성화 정책도 오피스텔의 인기를 부추겼다. 최대 약점으로 지적받아온 바닥 난방 규제가 사라지며 난방비를 절약할 수 있게 되고, 욕실 면적 제한도 없어져 테라스 설치도 가능해지는 등 아파트 못지않은 주거 기능을 갖추게 된 것이다.
◇규제 완화로 인허가 급증 ‘도시형생활주택’= 도시형생활주택 역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책 속에 건설사업자와 투자자 양측으로부터 각광받고 있다. 도입 초기 시장의 반응이 좋지 않자 정부는 지속적으로 관련 규제를 완화해왔다. 정부는 지난해 주차장 기준 추가완화 및 가구당 전용면적을 상향한 데 이어 올해는 근린생활시설 면적제한규정 적용도 배제했다. 또 사업계획승인 대상 및 건설 사업등록 기준도 20가구에서 30가구로 완화했다.
여기에 지난 2일 현재 150가구 미만으로 제한된 가구수 상한을 300가구 미만으로 완화하는 주택법 개정안을 검토하는 등 도시형생활주택을 안정적으로 정착시키기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조치에 힘입어 인허가 건수도 급증하는 추세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도입 초기인 2009년에는 한 달 평균 197건에 불과하던 것이 2010년 초부터 늘어나기 시작했다. 7월 사업계획승인 규제 완화가 시행된 이후에는 인허가 건수가 7월 1135채, 8월 1471채, 9월 2496채로 급증했다.
도시형생활주택은 주택법의 적용을 받는 엄연한 공동주택이다. 1주택자가 전용면적 21㎡ 이상의 도시형 생활주택을 분양받으면 1가구 2주택자가 된다. 따라서 기존의 집을 팔 때에도 양도소득세 중과세를 적용받게 된다. 공시가격 1억원 미만의 도시형 생활주택 매각 시에는 양도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그렇다고 오피스텔에 비해 제약만 있는 것은 아니다. 도시형생활주택은 오피스텔에 비해 상대적으로 면적이 작고 가격도 저렴한 편이다. 더욱이 최근 임대주택사업자 관련 규제가 완화된 점을 잘 활용하면 세제 혜택도 받을 수 있다. 매입임대사업자로서 장기간 안정적인 수입을 거두길 원하는 투자자들에게는 더 알맞은 상품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건설업체 소형주택 사업 진출 잇달아 = 최근에는 한 건물내에 오피스텔과 도시형생활주택을 모두 포함하는 건물들이 속속 등장해 눈길을 끈다. 한미파슨스의 제1호 개발사업인 ‘마에스트로’는 지하철2호선 서울대입구역 인근에 지어진다. 오피스텔 208실, 도시형생활주택 84가구로 구성됐다. 동도건설이 강서구 화곡동에 분양 중인 ‘동도센트리움’도 눈여겨볼 만하다. 원룸형 오피스텔 138가구와 도시형생활주택 274가구로 구성됐다. 애경그룹 계열사인 AM PLUS자산개발이 선보이는 ‘대림역 와이즈플레이스’는 오피스텔 198가구, 도시형생활주택 96가구로 구성됐다.
소형주택이 활황기를 맞자 대형건설사의 사업 진출도 활발해지고 있다. GS건설은 지난 2일 최근 소형 주택 평면 5건 저작권 등록을 마치고, 도심지 역세권을 중심으로 한 소형 주택시장에 본격 진출한다고 밝혔다. “앞으로 소형주택 개발에 지속적인 투자를 할 계획이며, 당사를 비롯 타 건설업체들의 소형주택 진출이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게 GS건설측의 설명.
이에 앞서 롯데건설, 금호건설, 대우건설, 대림산업 등 건설사들도 자체 브랜드를 개발하거나 수요층 분석을 강화하면서 소형주택 사업에 뛰어들 태세를 갖췄다.
민간 건설사뿐 아니라 공기업도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내년 하반기부터 도심역세권과 상업·업무지역 대학가 등에서 다가구주택을 매입 전용면적 50㎡ 이하의 ‘스튜디오 주택’을 지어 공급할 예정이다.
SH공사도 강서구 방화동 인근에 원룸형 도시형생활주택 75가구와 서초구 우면2 국민임대주택단지 지구에서 단지형다세대 도시형생활주택 115가구를 시범공급하기로 하고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