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자금이 은행 예금으로 집중되고 있다. 시중 유동성이 풍부해졌지만 마땅히 투자할 곳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시중은행들이 시중은행들이 10월까지만 해도 끌어내리기 바빴던 정기예금 금리를 이달 들어 속속 올리고 있어 자금 유입 속도가 더 빨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저축성 예금 20조 가까이 급증= 7일 한국은행과 시중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기준 저축성 예금 잔액은 9월 말보다 19조1934억 원 늘어났다. 저축성 예금은 지난 5월 한 달간 22조원 급증한 뒤 둔화하다가 10월에 다시 불어났다. 저축성 예금에는 정기예금과 수시 입출금식 예금(MMDA), 고금리 월급통장과 같은 저축예금이 포함된다.
실질 예금 금리가 마이너스 수준임에도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부동자금이 은행으로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시중은행들이 시장금리 상승세를 반영해 정기예금 금리를 올리고 있어 은행으로 자금이 더 쏠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지난달 최저 연 2%대로 떨어졌던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최고 연 3.75%까지 높아졌다. 국민은행은 이번 주 국민수퍼예금 금리를 인상할 계획이다. 이 예금의 1년 만기 금리는 현재 연 3.4% 수준이다.
지난 3일 정기예금 금리를 0.1~0.2%포인트 인상한 우리은행도 시장 상황에 따라 금리를 조정할 계획이다. 현재 이 은행의 1년 만기 키위정기예금 금리는 연 3.65%이다. 신한은행은 지난 5일 1년 만기의 월복리 정기예금 금리를 연 3.75%로 0.05%포인트 올린 데 이어 추가 인상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특회 최근 들어 시장금리가 오르는 가운데 오는 16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예금 금리는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예금 단기화 속 유동성 장세= 그러나 예금 만기의 단기화와 국내 증시의 유동성 장세가 시중자금 흐름의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금리가 올라갈 것으로 예상되면서 소비자들이 1개월이나 6개월 등 만기가 짧은 예금이나 수시 입출금식 예금(MMDA) 등에 돈을 넣고 관망하고 있다"며 "최근 1년 내내 이런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급격한 자금 이동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2차 양적 완화 정책으로 돈의 흐름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상당수 단기 예금과 특판 예금의 만기가 올해 4분기에 집중된 점도 이런 전망에 힘을 보태고 있다.
지난 9월부터 내년 1월 사이에 만기가 돌아왔거나 도래할 예정인 정기예금은 약 45조50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9월부터 올해 1월까지 늘어난 정기예금 잔액 가운데 만기 1년 이상~2년 미만인 정기예금은 약 25조8000억원으로, 대부분의 만기는 1년이다. 올해 상반기에 증가한 정기예금 잔액 약 76조원 중에서 만기 6개월 미만은 19조7000억원으로, 이들 예금의 만기도 하반기에 돌아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장기금리가 바닥을 찍고 상승세로 돌아서면 시중자금이 채권에서 이탈해 주식 등의 위험자산으로 이동한다"며 "예금에만 몰리던 자금도 앞으로는 주식이나 부동산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