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쉬가 삼성SDI와 처음 관계를 맺은 시기는 지난 2005년이다. 당시 보쉬는 업계에선 처음으로 전동공구에 2차 전지인 리튬이온 배터리를 장착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이를 생산하는 업체를 물색하던 중 삼성SDI와 공급계약을 맺었다. 높은 기술력과 공급에 차질을 빚지 않을 대량 생산 능력을 높이 평가했다.
삼성SDI 관계자는 “당시 리튬이온 배터리를 보쉬에 처음으로 공급하게 된 것은 삼성SDI에게도 해외 판로를 개척하는 중요한 발판이 됐다”고 말했다.
이후 두 회사간의 협력 강화는 급물살을 탔다. 무엇보다 미래 성장 동력을 삼을 사업에 대한 시각이 일치했다. 2008년 전기차용 리튬 이온 전지를 생산하는 SB리모티브를 공동 설립했다.
이 과정에서 당시 삼성SDI 사장이었던 김순택 삼성전자 신사업추진단장(부회장)의 추진력이 큰 역할을 했다. 2년 전에는 전기차 시장이 언제 개화할지도 불확실한 시점이었다. 김 부회장은 미래 먹거리로 여기고 보쉬를 적극적으로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당시의 사업 추진 능력이 신사업추진단장으로 보직을 변경하는데 많은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최치훈 삼성SDI 사장은 10일 SB리모티브 울산 공장 준공식에서 “선임자(김순택 부회장)의 보쉬와의 협력관계를 맺은 판단 덕에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평가했다.
두 회사 간의 요구도 맞아 떨어졌다. 삼성은 중립적인 위치에서 많은 고객을 상대할 수 있는 자동차부품회사를 찾았다. 100여년의 역사를 가진 보쉬가 쌓아온 자동차업계에서의 돈독한 네트워크망은 최적의 조건이었다.
보쉬는 가전 등의 소비재 쪽에서 많은 경험이 있는 상대를 원했다. 자동차 부품 영역을 일반 가전 소비재 쪽으로 확장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란 여긴 것이다.
프란쯔 페렌바흐 보쉬그룹 회장 “소비재 쪽에서도 많은 성공을 거두고 있는 보쉬에게 한국은 무엇보다 중요한 시장이다”며 “삼성SDI와의 파트너십이 구축이야말로 자동차 시장의 구조적 변화에 접근하는데 중요한 발판이 됐다”고 말했다.
또한 “장기적 관점에서 사업을 키워나가는 기업문화와 기업운영에 대한 가치가 비슷해 협력관계를 더욱 강화해 나갈 수 있었다”며 “한국 시장에서 중요한 사업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보쉬는 2010년 전년대비 약 20% 성장한 460억 유로에 달하는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 이는 최고 매출을 기록했던 2007년과 비슷한 수준이다. 보쉬는 삼성과의 협력관계를 강화해 다시 한번 성장의 도약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