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화학→고부가 스페셜티 중심 사업 전환 가속
길어지는 석유화학 불황에 CEO 교체ㆍ임원 감축 칼바람
롯데그룹이 롯데 화학군의 최고경영자(CEO) 13명 중 10명을 교체하는 '초강수' 인사를 단행했다. 이훈기 총괄대표가 실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1년 만에 물러났고, 후임으로 롯데케미칼 첨단소재 대표이사인 이영준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하며 롯데 화학군의 신속한 사업 구조 전환을 이끈다.
롯데그룹은 28일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21명을 대대적으로 교체하는 등의 2025년 정기 임원 인사를 실시했다. 롯데 화학군에서는 지난해 선임된 롯데알미늄ㆍ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ㆍLC USA 대표를 제외한 10명의 대표가 교체됐다.
올해 초 취임해 롯데 화학군을 총괄하던 이훈기 사장은 롯데지주 경영혁신실장 재임 시 추진했던 일부 인수합병(M&A)과 투자, 화학군의 실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3월 임기가 끝나는 황진구 롯데케미칼 기초소재사업 대표 부사장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고문으로 이동하고, 이영준 신임 총괄대표가 기초소재 대표를 겸임한다. 공석인 롯데케미칼 첨단소재 대표 자리는 황민재 롯데 화학군HQ 기술전략본부장(CTO) 전무는 사장으로 승진해 맡는다.
이번 인사는 롯데 화학군 전반의 체질 전환에 본격적으로 속도를 내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국내 석유화학 업계는 글로벌 경기 침체와 중국의 저가 공세 등으로 나날이 수익성이 악화하고 있다. 특히 범용 석유화학 비중이 높은 롯데케미칼은 유달리 실적 부진의 늪이 깊다. 2022년 7626억 원, 2023년 3477억 원 적자에 이어 올해도 3년 연속 적자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이영준 총괄대표는 롯데케미칼 기초소재 대표를 함께 맡아 기초화학 중심에서 고부가가치 중심 사업 구조로 신속하게 전환하는 작업을 진두지휘한다. 롯데케미칼은 2030년까지 전체 매출의 60%를 차지하는 기초화학 비중을 30% 아래로 낮추고, 고부가가치 비중을 60%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 총괄대표는 2016년 롯데그룹에 합류해 롯데케미칼 첨단소재 PC사업본부장과 첨단소재 대표이사를 역임하며 고부가가치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강화하는 한편, 주요 거래선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축소되는 판매량과 스프레드(마진)에 효율적으로 대응한 성과를 인정받았다.
석유화학 업계의 불황이 길어지면서 올해 연말 인사는 위기 대응과 인력 효율화 등에 초점이 맞춰지는 모습이다.
지난달 조기 인사를 실시한 SK이노베이션은 SK에너지ㆍSK아이이테크놀로지ㆍSK지오센트릭 등 3개 계열사 수장을 동시 교체했으며, SK지오센트릭은 임원 수를 21명에서 18명으로 감축했다.
롯데 화학군도 이번 인사에서 임원의 약 30%가 퇴임한다. 60대 이상 임원의 80%가 물러나면서 큰 폭의 세대교체가 이뤄지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