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두산·대림 등 대기업 최고경영인(CEO)들이 국내 금융기관의 글로벌화를 한층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1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김중수 한은 총재가 이날 주최한 대기업 CEO와의 간담회에서 일부 참석자는 "우리 기업의 해외진출이 다변화되고 있는 데 발맞춰 국내 금융기관의 글로벌화를 한층 강화해 금융면에서 뒷받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CEO들은 대기업의 중소기업 영역 침범을 삼가야 한다는 데 공감한 것으로 전해졌다.
참석자들은 "중소기업의 고유 영역에 대한 대기업의 진출은 자제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중소기업 기반의 확충을 위해서는 대기업과의 상생협력 강화와 함께 세계 일류를 지향하는 강소기업을 육성할 필요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발언은 최근 중소기업과 상생 관계를 만드는 이른바 '3불(不) 정책'을 표방한 KT의 이석채 회장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경기와 관련해서는 주요 20개국(G20) 회의 등으로 불확실성이 줄어 설비투자 등 경영 여건이 개선됐다는 견해가 있었지만, 성장의과실이 경제 전체로 확산하려면 내수 기반의 확충과 노동시장의 유연성 제고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전세가격 오름세에 대해서는 입주물량 부족이나 재건축ㆍ재개발 사업 지연 등에 따른 것으로, 전세수요가 매매수요로 옮겨질 소지는 제한적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CEO들은 또 "대기업을 포함한 기업의 자금 사정은 전반적으로 양호하며, 중소기업도 한계기업을 제외하면 대체로 원활하다"고 판단했다고 한은은 전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이석채 사장을 비롯해 경청호 현대백화점 부회장, 김종인 대림산업 사장, 박용만 ㈜두산 회장, 이상운 효성 부회장, 정범식 호남석유화학 사장 등 6명의 CEO가 참석했다.
한편 간담회 시작에 앞서 김 총재는 "다른 것보다 건설이 제일 힘든 것 같다"며 관심일 보였고, 이에 김종인 대림산업 사장이 "민간 쪽으로 워낙 안 좋아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다만 실거래량이 좀 늘긴 했지만 몇 달 더 두고 봐야 한다"이라고 답하는 등 경기전반에 대한 논의를 이끌었다.
박용만 두산 회장은 "우리 사업이 해외에 많이 나가 있는 편이다. 각 지역, 국가별 재정정책의 영향을 상당히 받는다"고 말한 뒤 "국내정책은 잘 받쳐주고 있으며 이제 순연됐던 투자를 계획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간 소비는 어떠냐는 김 총재의 질문에 경청호 현대백화점 부회장은 "유통업 성장률이 올해 10%는 된다"며 긍정적으로 답했다.
김 총재가 대기업 CEO를 초청해 연 간담회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처음 열린 대기업 CEO 간담회는 앞으로 정례화되어 매년 2번씩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