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한국경제의 거시건전성을 높이기 위해 외국 자본 유출입에 대한 ‘규제의 칼’을 빼들었다.
최근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외국인의 국채와 통화안정채권 투자에 대한 이자소득세 원천징수제도를 부활시켜 이를 탄력적으로 적용한다는 게 골격이다.
그러나 외국인들이 새롭게 부담해야 할 세율이 낮을 뿐 아니라 정부의 과세 방침이 이미 시장에 알려졌음에도 외국인들의 국내 채권 매수세는 이어지는 등 실효성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 0~14% 탄력세율 적용 = 임종룡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18일 한나라당 강길부 의원과 김성식 의원이 지난 12일 각각 대표 발의한 소득세법과 법인세법 개정안에 동의한다는 입장을 공식 밝혔다.
두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지난해 5월부터 폐지했던 외국인 채권투자에 대한 이자소득(14%) 및 양도차익(20%)에 대한 법인·소득세 원천징수 면제 제도를 다시 과세토록 하고 있다.
단,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필요할 경우 원천징수세율을 인하하거나 아예 세금을 물리지 않는 등 0~14%까지 탄력적으로 운용한다는 방안이다.
시행령은 내년 1월 1일부터 적용하며 지난 12일 이전에 취득한 국채 등에서 발생한 소득에 대해선 종전대로 비과세토록 했다.
임 차관은 “채권시장의 단기성 자금은 유입 유인이 감소되는 반면 우리 경제에 긍정적인 장기 자금은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며 “외환시장도 자본 유출입의 변동성이 완화되고 환율 급변동과 외화유동성 불안요인이 감소돼 안정성을 높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약발 먹힐까..실효성 ‘의문’= 정부의 이번 대책이 얼마나 실효를 거둘지는 의문이다.
외국인이 새로 부담해야 할 세율이 낮을 뿐 아니라 규제 영향이 이미 시장에 반영됐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국내법상 채권 이자소득세율은 현재 연 3~5%선(국고채 기준)인 표면금리의 14%다. 연 3% 선인 3년 만기 국고채를 살 경우 외국인이 새롭게 부담해야 할 세율은 불과 연 0.4~0.5%로 큰 부담을 주지 못하는 수준이다.
시장도 이미 내성이 생겼다. 정부가 외국인들의 단기물 투자 비중이 늘어나기 시작했던 10월부터 이미 외국인 채권 투자에 대한 과세 가능성을 흘렸기 때문이다.
외국인들은 이달 들어서만 국내 채권 4조9000억원 규모를 순매수하는 등 매수행보를 그대로 이어갔다. 총채권 중 외국인 비중은 2008년 4.3%에서 10월 말 현재 7.1%까지 급등했다. 국고채 중 외국인 비중 역시 2008년 8.4%에서 지난달 14.9%까지 뛰었다.
◆추가 대책에 시선 집중 = 시장이 벌써부터 정부의 추가 대책에 관심을 높이고 있다. 현재 정부가 구상 중인 추가 자본유출입 규제 방안 중 가장 주목하고 있는 대목은 바로 은행들의 비예금성 부채에 대한 은행부과금(은행세)이다.
비예금성 부채에 과세하면 외화 차입비용이 상승, 은행권의 과다한 외화조달을 억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외국은행의 국내 지점에 대한 선물환포지션 규제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은행부과금의 ‘구멍’이 될 수 있는 외은지점의 무위험 거래를 막기 위한 조치다.
우선 외은 지점 한도를 현행 250%에서 내년 초부터는 200% 이내로 낮추고, 내년 하반기에는 150%, 시장상황에 따라서 현행 법규 최대폭인 125%까지 단계적으로 축소하거나, 국내은행의 자기자본의 50% 수준까지 낮추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임 차관은 이에 대해 “지금 여러 방안을 계속 검토하고 있다”면서 “시장 상황을 봐서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사항에 대해서는 빠른 시일 내에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