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이 현대건설 인수자금 내역중 프랑스은행 예금 1조2000억원이 대출금이라고 밝혔지만 논란이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오히려 금융권 일각에선 1조2000억원을 담보 없이 신용대출할 수 있다는 게 더 믿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24일 채권단에 따르면 현대그룹은 23일 메릴린치·우리투자증권·산업은행 등 현대건설 공동 매각주간사가 프랑스 나티시스 은행 예치금 1조2000억원에 대한 내역 소명을 공식 요청하자 나티스시 은행으로 부터 빌린 대출금이라고 해명했다.
다만 대출 과정에서 현대상선 주식이나 현대건설 자산 등을 담보로 제공하지는 않았다고 소명했다. 현대그룹 관계자는“대출금의 성격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힐 수 없다”면서“다만 담보를 제공하고 빌린 대출금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현대그룹측은 하지만 구체적인 차입조건이나 금리는 더 이상 공개하지 않았다.
또 동양종금증권은 재무적 투자자로 7000억원을 투자키로 했다며 풋백옵션(일정한 금액에 주식을 되사야 하는 조항) 소문은 사실과 다르다고 했다. 다만 2년 9개월 후에 동양 측에서 풋백옵션을 요청할 경우 이를 협의한다는 단서가 달려 있고, 보장수익률 등은 협의 중이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은 말을 아낀 채 현대그륩이 제출한 자료를 검토하고 있다. 논란 해소를 위해 추가 자료가 필요한지 등을 협의해 24일 밝힐 예정이다.
소명이 충분하다고 판단되면 현대그룹과 현대건설 매각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추가 자료 요청 등 다른 조치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금융권에선 현대그룹의 해명을 쉽게 납득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담보없이 대출을 받았다는 것은 결국 신용대출 뿐”이라며 “나티시스은행에서 자산이 33억원에 불과한 현대상선 프랑스법인에 무려 1조2000억원을 신용대출해줬다는 것을 과연 믿을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금융위원회 고위 관계자도 “현대그룹 프랑스지사에 현지 은행이 담보나 보증 없이 1조2000억원을 빌려줬다는 현대그룹 측 소명은 납득되지 않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 역시“대출계약서 등이 공개되면 이같은 논란과 우려를 해소할 수 있다”면서 “하지만 채권단에서 이를 검증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현대그룹의 인수자금 논란이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는 가운데 가장 큰 관심사는 인수전 판도가 바뀔 수 있느냐는 것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현대건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위한 입찰 평가는 공정성과 투명성을 유지한 평가였다”며 “현재까지 그 결과가 변경될 가능성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다만 향후 매각절차를 진행하면서 자금조달 내역 중 허위나 위법적인 사실이 발견되면 MOU나 본계약(SPA) 규정에 따라 처리방안을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