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농구가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아쉽게 중국에 패하기는 했지만 어려운 상황에서 강자로서의 자존심을 지켜냈다.
한국은 25일 중국 광저우 인터내셔널 스포츠 아레나에서 열린 중국과 결승에서 64-70으로 져 2위로 대회를 마쳤다.
1994년 히로시마 대회 이후 16년 만에 패권을 탈환하겠다는 목표는 이루지 못했지만 힘들었던 준비 과정을 떠올리면 이 성적에 합격점을 줄 만하다.
정선민, 최윤아(이상 신한은행), 김정은(신세계) 등 포지션을 대표하는 선수들이 모조리 부상으로 빠진데다 일부 구단에서 선수 차출을 반대하는 바람에 12명이 제대로 모여 훈련한 적이 없었다.
임달식 감독은 심지어 “광저우에 와서도 10명이 함께 훈련한 적이 거의 없었다”며 답답해했다.
10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없는 전력을 짜내 8강에 진출, 아시아 출전국 가운데 가장 좋은 성적을 내긴 했지만 이번 아시안게임을 앞두고는 전망이 어두울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그러나 4강에서 일본을 93-78로 완파하며 한 수 위의 전력을 과시했고 결승에서도 마지막 순간까지 중국과 접전을 벌여 아시아 정상의 기량을 입증했다.
특히 64-66으로 뒤진 경기 종료 9초 전, 중국의 공격 제한 시간이 거의 소진된 상황에서 이미선(삼성생명)이 상대 공을 가로챘지만 심판이 반칙을 지적한 장면이 아쉬웠다.
임달식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사실 반칙이 아니었다고 본다. 심판도 한 명은 ‘계속 경기를 진행하라’는 사인을 냈는데 다른 심판이 반칙을 불었다”고 말했다.
원정 경기로 열린 대회에서 준수한 성적을 낸 것이 틀림없는데다 최윤아, 김정은 등 젊은 에이스급 선수들이 빠진 가운데 낸 성적으로는 박수를 받고도 남음이 있다.
그러나 이 성적에 만족할 수만은 없다. 국내 여중ㆍ고 농구팀 수가 많이 줄었고 팀당 선수 수 역시 많이 줄었기 때문이다.
그 바람에 이미 청소년 대표팀에서는 중국은 물론 일본, 대만에도 밀리는 것이 현실이다.
이번 대회를 통해 아직 한국 여자농구의 저력이 살아있음은 확인했지만 몇 년 후까지 내다본다면 국내 저변 확대를 위한 논의가 필요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