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고 앙증맞은 경차 이미지를 벗어내고 우람한 스타일을 앞세운 새 모델은 성능을 비롯해 많은 면에서 기존의 경차의 굴레를 벗어났다. 나아가 윗급 소형차 못잖은 편의장비도 담았다. 그럼에도 가격 인상폭을 최소한으로 줄인 점이 눈길을 끈다.
2세대 모닝의 미디어 시승회는 제주도를 무대로 치러졌다. 차가운 공기와 따가운 햇살이 공존하는 제주도의 겨울은 형형색색의 모닝과 어렵지 않게 좋은 그림을 만들어낸다.
주차장에서 나란히 코끝을 맞추고 늘어선 모닝의 첫 인상은 일단 우람하다. 보닛의 높이를 끌어올리는, 그래서 보행자 추돌안정성을 높이는 추세에 발맞춰 헤드램드 높이가 올라갔고 사이즈도 마음껏 키웠다. 그 아랫 공간을 커다란 에어인테이크 홀로 채워 작지만 결코 작아보이지 않는다.
사이드 캐릭터 라인에 뚜렷한 볼륨감을 심어넣고 휠하우스를 가득 채운 15인치 휠타이어 역시 기존의 경차 수준을 넘어선다.
이러한 겉모습의 방대함(?)은 실내에도 고스란히 이어졌다. 가로로 길게 늘어선 대시보드는 좁은 실내를 넓어보이게끔 만들고 체감공간도 키운다.
시동버튼을 누르면 경쾌한 엔진음이 실내로 스며든다. 기존 4기통 대신 새로 장착한 직렬 3기통 998cc 카파 엔진은 최고출력 82마력, 최대토크 9.6kg·m를 낸다. 기아차측은 "세계적인 다운사이징 추세에 발맞춰 이전의 4기통 엔진 대신 3기통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경차와 같이 배기량이 작은 엔진은 기통수를 줄이면 무게와 연비면에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신형 모닝은 3기통 엔진을 새로 장착하면서 이전보다 엔진 무게를 5% 이상 줄였고 연비는 10% 이상 끌어 올렸다.
일반적으로 기통수가 줄어들면 엔진의 미세한 소음과 차체 진동이 커지기 마련이다. 다만 시승 때 확인한 결과 소음과 진동은 이전 4기통 엔진 못잖은 저진동 설계가 돋보였다. 3기통 엔진에 대한 우려도 말끔하게 사라진 셈이다.
새 엔진과 맞물린 4단 AT를 바탕으로 연비는 1리터당 19.0km를 기록한다. 수동기어의 경우 물경 22km에 이른다. 경차에게 있어서 동급을 앞서는 경제성은 가장 중요한 구매 포인트로 작용할 것이다.
풀 가속하면 13초 언저리에 시속 100km에 도달한다. 순항기어(4단)에서 3000rpm을 훌쩍 넘겼던 여느 경차와 달리 시속 100km 순항 때 엔진회전수는 2600rpm에 머문다. 출력이 뒷받침된 덕에 고회전을 쓰지 않아도 고속순항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동시에 고속 연비에도 유리할 것이다.
가장 큰 장점은 편의장비다. 모닝은 다양한 '동급 최초'를 앞세워 경쟁력을 키웠다. 동급 최초로 7인치 음성인식 DMB 내비게이션을 시작으로 스티어링 휠에 리모컨도 얹었다.
여기에 히팅 시스템이 추가된 스티어링 휠고 버튼시동 스마트키도 경차에는 처음 달린 장비다. 원터치 방식의 선루프와 LED보조 제동등, 프로젝션 & LED 포지셔닝 램프도 경차 가운데 모닝이 처음으로 장착했다.
서스펜션은 기본적으로 가벼운 차체가 통통 튀지 않을만큼 묵직하다. 휠하우스를 가득 메운 175/50 R15 사이즈 휠 타이어도 전체적인 과감한 스타일에 잘 어울린다. 다만 평면율 50시리즈 타이어 탓에 노면의 잔진동은 고스란히 차체에 전달된다.
프로젝트명 TA로 개발에 착수한 신형 모닝은 3년 4개월동안 1800억원의 개발비를 투자한 결과다. 기아차는 연간 16만대 수준인 국내 경차시장에서 신형 모닝을 앞세워 10만대 판매를 계획했다. 새 모닝을 밑그림으로 올해 등장할 경형 CUV 역시 국내 경차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기아차는 당분간 국내 경차시장의 트렌드를 이끌 것으로 보인다. 그 중심에 선 신형 모닝은 엔진출력과 편의장비 등 많은 부분에서 기존 경차의 굴레를 훌쩍 뛰어넘었다. 작은 고추가 더 매워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