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휘 우리은행장은 올해 2월이면 금융인 외길 인생 만 41년차를 맞는다. 1970년 한일은행에 입행한 이래 꼬박 40년을 한 은행에서 한 우물을 팠다. 한일은행은 1998년 상업은행과 합병, 우리은행의 전신인 한빛은행으로 행명을 바꿨다.
이 행장은 2004년 우리은행 수석부행장에 오른 뒤 2008년 6월 합병 이후 첫 내부 출신 행장으로 선임돼 2년6개월째 우리은행을 이끌고 있다.
실제로 우리은행 수장으로 지내는 동안 이 행장은 단기성과에 연연하지 않고 장기적인 관점의 지속성장을 통해 균형과 내실에 역점을 둔 경영을 고집했다. 예컨대 단기간 무리하게 시장점유율 확대를 노린 카드사업의 외형성장 전략 재정비, 허수경영 근절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정도경영 뒤에 숨겨진 온화한 성품에 대해 우리은행 임직원들은 ‘큰형’같은 최고경영자(CEO)라고 주저없이 평가한다.
이 행장이 취임 이후 가장 강조한 것은 ‘소통’이다. 합병이후 최초 내부 출신 은행장으로서 소통을 통해 직원을 만족시켜 줄 수 있고 ‘권위주의적’ 조직문화를 탈피, 고객 신뢰를 기초로 하는 은행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대표적인 게 매월 갖는 ‘은행장과의 대화’ 시간이다. 이 행장은 취임 이후 일방 소통인 ‘월례조회’ 대신 임직원들과 함께 하는 대화 시간을 마련했다.
또 소통경영을 강화하기 위해 ‘우리 선배님을 찾습니다’ 캠페인을 전개해 선배들에게 우리은행만의 다양한 금융혜택을 제공했다. 역대은행장 초청 간담회를 개최해 우리은행 현 경영진이 역대 은행장들로부터 국내외 경영환경 변화와 은행의 나아갈 방향에 대한 고견을 청취하고 비전을 공유했다.
우리은행 고위 관계자는 “내부 출신인 이 행장이 CEO가 된 이후 외부 출신 CEO 체제의 특징이었던 단기 성과주의가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개방형 인사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이 행장은 최고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남녀 구별이 없어야 한다’는 인사 원칙하에 개방형 채용제도를 통해 여성인력 비율을 50% 가까이 획기적으로 증대시켰다.
또 우리금융 민영화 작업을 진두지휘하면서도 미래 먹거리인 신수종 사업도 놓치지 않아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는 게 우리은행 안팎의 평가다.
특히 우리은행 임직원들의 폭발적인 우리사주청약으로 구성된 우리사랑컨소시엄과 우리은행을 사랑하는 충성고객인 명사클럽, 비즈니스클럽, 다이아몬드클럽 등으로 구성된 우리W클럽이라는 투자자를 유치, 앞으로 진행될 민영화 과정에도 매우 큰 힘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아울러 우리은행 안팎에선 이 행장이 적기에 우리은행 CEO를 맡아 글로벌 위기를 무난히 극복했다는 후한 평가를 내린다. 위기 이전 은행간 자산경쟁 과정에서 우리은행은 부실여신이 급증했고 파생상품 투자로 큰 손실도 봤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막대한 대손충당금 적립에도 경쟁은행과 유사한 실적을 거둔 것은 정도영업(경영)과 소통을 통해 조직역량을 집중해 경쟁우위를 확보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