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은행들의 적극적인 부실채권 정리에도 불구하고 부실채권 규모가 여전히 위험수위인 것으로 나타났다.
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말 현재 국내은행의 부실채권비율은 1.86%로 전년말(1.24%)보다 0.62%포인트 상승했다.
은행별로는 시중은행 중에서 우리은행이 3.24%로 가장 높았다. 이어 국민은행이 1.78%, 하나은행이 1.47%로 뒤를 이었다.
지방은행 중에서는 광주은행이 2.77%로 유일하게 2%를 넘었고 제주은행 1.57%, 대구은행 1.43% 순으로 나타났다.
특수은행 중에서는 수협이 3.86%로 국내 은행 중 부실채권비율이 가장 높았다. 농협과 산업은행은 각각 2.57%와 2.02%로 2%를 넘었다. 기업은행은 1.83%로 2%를 밑돌았다.
금감원 관계자는 "작년 2분기와 3분기 중 대기업 신용위험평가 및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에 대한 건전성분류 기준 강화 등의 영향으로 부실채권비율이 각각 0.46%포인트, 0.38%포인트 빠르게 상승했다"면서 "다만 4분기에는 은행의 적극적인 부실채권 정리로 상당 폭 하락했다"고 말했다.
부실채권 규모는 24조4000억원으로 전년말의 16조원보다 8조4000억원 급증했다. 특히 부동산PF 대출에서 부실이 크게 늘었다. 지난해 12월말 부동산PF 부실대출 규모는 6조2000억원으로 전년말의 1조2000억원보다 5배 이상 늘었다.
부문별로는 기업여신 부실채권비율이 2.55%로 전년말보다 0.95%포인트나 올랐다. 중소기업여신의 부실채권비율 상승 폭은 이보다 더 컸다. 지난해 12월말 현재 3.09%로 전년말보다 1.29%포인트 급상승한 것이다. 이는 부동산PF 대출의 대부분(89.8%)이 중소기업여신이었기 때문이다.
가계여신 부실채권비율은 0.56%로 전년말 대비 0.07%포인트 소폭 상승했다.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부실채권비율은 전년말보다 0.11%포인트 오른 0.49%를 기록했다.
작년에 신규로 발생한 부실채권 규모는 35조4000억원으로 전년보다 4조7000억원 증가했다. 기업여신 신규부실이 30조6000억원으로 대부분(86.4%)을 차지했으며 가계여신 및 신용카드 신규부실은 각각 3조7000억원과 1조1000억원 수준이었다.
특히 지난해 2분기와 3분기 신규부실이 각각 12조8000억원과 9조7000억원으로 크게 나타났으나 4분기엔 6조7000억원으로 예년보다 조금 높은 수준으로 안정됐다.
아울러 지난해 국내은행의 부실채권 정리실적은 27조원으로 전년에 비해 2조7000억원 감소했다. 정리방법별로는 대손상각(8조3000억원), 매각(6조4000억원), 담보처분 등을 통한 여신 회수 5조8000억원, 여신정상화 4조8000억원, 기타 순으로 나타났다.
금감원은 "지난해 국내은행은 기업구조조정의 추진 및 부동산PF 대출에 대한 조기 부실인식 노력 등으로 신규부실이 크게 늘어났다"면서 "은행의 적극적인 부실정리 노력에도 불구하고 단기가내 정리가 곤란한 부실채권이 증가하며 자산건전성이 전년말에 비해 악화됐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앞으로 국내은행의 위기대응 및 손실흡수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외형상의 실적보다는 자산건전성 제고에 중점을 두고 지도·감독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또 올해 은행의 부실채권 정리를 적극 독려하는 한편 취약부문인 부동산PF 대출에 대해서는 지난달 마련·배포한 '부동산PF 부실채권 정리업무 가이드라인'에 따라 부실채권을 적극 정리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