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스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의 하야로 국가 운영을 넘겨받은 이집트군 최고위원회는 12일(현지시각) 권력의 민정이양과 이스라엘과의 평화 협정 준수를 약속했다.
18일간 반정부 시위를 통해 무바라크를 몰아낸 시위대는 이틀째 거리에서 성공을 자축하면서 군에 국가 개혁 방안을 내놓을 것을 압박했다.
하지만 시위대 중 일부는 텐트를 접고 귀가한 반면, 일부는 군부가 만족할 만한 민주화 개혁 조치를 내놓을 때까지 시위를 지속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시위 지속 여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군 최고위 대변인은 이날 국영 TV를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민주적으로 선출된 정부에 권력을 이양할 것과 국제사회와 맺은 모든 협정을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새 정부가 구성될 때까지 현 정부와 주지사들이 계속 일을 할 것"이라며 현 이집트 정부가 당분간 유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선거에 의한 새 민간 정부 선출을 위한 평화적 권력 이양을 관장할 것이라고 다짐하면서 직접 통치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시위대의 요구대로 선거 전까지 과도 정부 체제로 가기 위해 현 의회와 정부를 해산할 것인지 등에 대해서는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이집트군은 이어 "이집트가 국제사회와 맺은 모든 협정을 준수할 것"이라며 이스라엘과의 평화 협정을 계속 지키겠다는 의지도 표명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군부의 민정 이양과 국제 협정 준수 약속에 대해 즉각 환영 의사를 표하고 지원을 다짐했다.
그는 이날 영국 총리, 요르단 국왕, 터키 총리 등과의 전화통화에서 이집트 국민의 노력을 치하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하고 이집트군 당국의 발표에 환영의 뜻을 표하면서 재정적 지원을 포함, 이집트에 필요한 지원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도 "오랫동안 지속된 이스라엘-이집트 간 평화 협정은 양국관계에도 큰 기여를 했으며, 중동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위한 주춧돌이었다"면서 협정을 준수하겠다는 이집트군의 발표를 환영했다.
이집트 군부는 또 야간통행금지 단축, 타흐리르 광장 통제 완화, 무바라크 정권의 과오에 대한 조사 준비 등 일상 회복을 위한 조치를 잇따라 취했다.
야간 통행금지 시간은 종전 오후 8시부터 오전 6시까지에서 이 날짜로 자정부터 오전 6시까지로 4시간 단축됐다.
또 군은 이날 타흐리르 광장으로 진입하는 도로와 국립박물관 주변 등에 설치돼 있던 바리케이드 일부를 철거하고 시위 중 불탄 자동차 잔해 등을 치우는 등 일부 시위대와 함께 광장 청소작업을 벌였다.
일반 시민들에 대한 규제는 완화된 반면 무바라크 정권의 과오에 책임이 있는 전ㆍ현직 공무원들에 대해서는 해외여행 규제 조치가 내려졌다.
이집트 검찰총장은 아흐메드 나지프 전 총리와 하비브 엘-애들리 전 내무장관, 아나스 엘-피키 전 정보부 장관 등 전직 관료 3명에 대해 해외여행 금지 조치를 내렸다.
아울러 아흐메드 마그라비, 라시드 모하메드 라시드, 주헤이르 가라나 등 전직 장관 3명과 집권당 인사였던 아흐메드 에즈의 자산을 동결할 것을 유럽 국가에 요청했다고 국영 통신사가 전했다.
△시위대, 개혁조치 압박. 시위 지속 여부 놓고 양분
시위대 중 일부는 텐트를 접고 귀가했지만, 일부는 권력을 넘겨받은 군부가 만족할 만한 후속 조치를 발표할 때까지 광장에 더 머무르겠다고 밝혔다.
몇몇 청년단체로 구성된 청년조직 연합은 시위 캠프를 철거하는 한편 개혁 조치를 계속 압박하기 위해 금요일마다 대규모 시위를 열자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비상조치법 해체, 군 대표와 2명의 위임 인사로 구성된 대통령선거 위원회 구성, 국회 해산, 통합 정부 및 헌법 개정위원회 구성 등을 요구했다. 그러나 일부 시위대는 시위가 지속적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위가 시작된 지난달 25일부터 광장을 지켰다고 밝힌 경비원 고마 압델-마쿠소우드는 12일 귀가할 계획이라고 밝힌 뒤 "사람들이 이렇게 행복에 겨워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며 "내가 뭘 더 원하겠는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