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휴대전화기 메이커인 노키아가 자체 모바일 플랫폼 ‘심비안’을 접고 마이크로소프트(MS) 진영에 합류하기로 하면서 업계에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노키아와 차세대 운영 소프트웨어(OS) 'MeeGo(미고)'를 공동 개발해온 인텔은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됐고, 구글 등 라이벌 업체들은 구조조정 발표로 어수선해진 노키아의 기술자들을 영입할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노키아는 지난 11일(현지시간) 런던에서 MS와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향후 스마트폰의 OS로 MS의 ‘윈도폰7’을 채용할 방침을 밝혔다. MS와 손잡고 애플의 ‘iOS’, 구글의 ‘안드로이드’와 대등한 경쟁구도로 전환키로 한 것이다.
심비안은 여전히 세계 스마트폰 OS 시장에서 40%대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지만 구글의 ’안드로이드’ 등에 밀려 속절없이 추락, 대안 마련이 시급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인텔과 심비안의 차세대판인 ‘미고’를 공동 개발하겠다고 발표한지 불과 1년 만에 노키아가 손을 떼면서 인텔은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됐다.
인텔은 PC의 MPU(초소형 연산처리장치)에서 세계 점유율의 80%를 차지하지만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존재감이 없다. 노키아와 손잡고 ‘미고’ 개발에 나선 것도 전방위 전략의 일환이었다.
인텔은 “노키아의 결정에 실망했지만 미고(MeeGo) 개발은 계속할것”이라는 입장이다.
업계에서는 노키아가 MS와의 제휴를 선언하면서 구글ㆍ휴렛패커드(HP) 등의 라이벌 기업들도 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노키아가 심비안을 사실상 접기로 하면서 감원 계획을 발표, 핀란드의 노키아 본사에서는 구조조정 대상에 오를 가능성이 높은 직원들이 일제히 회사 밖으로 몰려나와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그러나 라이벌 기업들은 노키아의 이 같은 상황에 내심 흐뭇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의 경우 모바일 부문에 중점을 두고 올해 사상 최대 규모인 6000명 이상을 전세계에서 채용할 방침을 표명했다. 이런 구글에 노키아 출신들은 보물이나 마찬가지.
지난 주 팜의 ‘웹 OS’를 PC나 태블릿PC, 스마트폰 등에 채용하기로 한 HP도 노키아의 구조조정 소식에 환호하고 있다.
작년 11월 노키아에서 HP로 이적한 앨리 잭시 부사장은 블로그에 “옛 친구들이 매우 걱정스럽다”면서 “개발 언어 C나 C++에 정통한 기술자가 필요하다”고 적었다.
전문가들은 노키아의 추락으로 업계의 변화가 얼마나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는지 선명해졌다고 지적한다.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것이 스마트폰 업계의 생리지만, 현재 유일하게 명확한 것은 세계 최대 기업이 시장의 40%를 쥐고 있는 자체 OS를 유지하지 못할 정도로 경쟁이 심화하고 있다는 것.
잘 나가는 애플 구글도 언젠가는 새로운 변화의 벽에 부딪칠 것이라는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