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제조업계가 환율 악재를 딛고 선전하고 있다.
일본 자동차업체 스즈키, 대만 반도체업체 TSMC, 한국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태국의 석유화학업체 PTT 등 아시아 제조업체들은 자국 통화가치의 급등에도 일제히 올해 순 익전망치를 상향조정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태국과 한국은 지난해 통화 가치 급등으로 수출업체들이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하지만 이들 국가의 환율 절상폭은 엔화에 미치지 못하면서 외환시장에서 비교우위를 유지했다고 FT는 전했다.
일례로 태국의 석탄업체 반푸는 바트화 급등에 힘입어 호주 경쟁사인 센테니얼석탄을 사들이면서 태국 최대의 인수건을 성사시켰다.
우사라 윌라피치 스탠다드차터드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바트화 가치가 장기간 고공행진하면서 기업들도 환율 악재를 극복하기 시작했다”며 “해외투자가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태국 기업들이 더 싼 인건비와 원자재를 좇아 해외로 나가는 데 바트화 강세는 큰 도움을 줄 것이다”고 덧붙였다.
일본 제조업체들도 해외생산을 늘리면서 엔고 부담을 덜어 내고 있는 양상이다.
컴퓨터업체 도시바는 지난 11일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20% 이상 늘었다.
도시바의 지난해 4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동기 대비 25.2%, 23%씩 증가한 1조5885억엔과 375억엔을 기록했다.
오는 3월에 끝나는 2010 회계연도 순익전망치도 43% 증가한 1000억엔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일본 제조업체들이 하청업체들과의 설비 계약건을 미국에서 거둬들인 달러로 지불하면서 엔고부담을 줄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혼다와 도요타도 해외생산을 늘려 엔화 강세를 상쇄한다면서 오는 2010 회계연도 순이익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다.
이지치 다카히코 도요타 전무는 “엔고를 극복해 실적 향상이 기대된다”며 “회복궤도에 진입했다는 데에 이견이 없다”고 말했다.
FT는 많은 아시아 제조업체들이 환율로 인한 손실을 해외 시장에서 만회했다며 환율 악재보다 글로벌 경제의 회복세가 더 큰 영향력을 끼쳤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환율 악재를 완전히 떨쳐 내기는 힘들다고 FT는 덧붙였다.
일본 후지쯔는 2010 회계연도 순익전망치를 전년보다 200억엔 줄어든 750억엔에 머물 것으로 내다봤다.
엔고로 외환시장의 불확실성 높아져 대기업들의 투자가 감소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후지쯔의 가토 카주히코 최고재무책임자(CFO)는 “기업 고객들은 환율시장의 향방을 우려하며 투자를 꺼리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