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이 현대건설 인수전이 마무리됨에 따라 본격적인 왕가(王家) 재건에 나섰다. 자동차와 건설, 철강에 이르는 3대 성장축의 마지막 단추인 현대건설을 인수함에 따라 그룹 전체에 현대(HYUNDAI)라는 아이덴티티를 더하기 위해 CI 통합 작업도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 현대그룹의 본산인 ‘현대건설’ 인수로 정체성이 보다 분명해진 것이다. 동시에 주력사업인 자동차 분야의 해외생산거점을 더하거나 늘리는 등 글로벌 톱4 진입을 위한 도약도 시동을 걸었다.
이같은 왕가(王家) 재건 작업은 왕(王) 회장으로 불렸던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10주기를 맞는 오는 3월 11일이 기점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 자동차-철강-건설 3대 성장축 완성=현대건설 인수를 위한 현대차 컨소시엄은 지난 25일 외환은행과 현대건설 인수가격(4조9601억원)에 합의함에 따라 현대그룹과 현대차그룹이 맞붙었던 현대건설 인수전은 사실상 마무리됐다.
현대차그룹에게는 자동차, 철강, 종합엔지니어링을 그룹의 3대 핵심 성장축으로 확대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 셈이다.
오는 3월 10일 본계약을 마치는 대로 사장단 인사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현대건설을 재건할 경영진 인사도 내정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겠다는 복안이다.
현대차그룹은 현대건설에 향후 10년동안 10조원을 투자해 9조원 규모의 매울을 향후 55조원까지 키운다는 구체적인 비전도 내세웠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현대차그룹은 현대건설의 사업부문을 4개 분야로 분류해 지속 성장시킨다는 전략도 내세웠다.
◇ 그룹 정체성 재정립한다=그룹 3대 성장축을 바탕으로 계열사간의 통합 및 협력 시너지 효과도 더욱 키울 계획이다.
각각의 계열사가 글로벌 사업 영역에서 경쟁력을 키워온만큼 이들 사이의 협력관계 증진 만으로도 큰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건설의 해외 인지도를 활용해 사업영역을 확대하고 현대제철과 현대하이스코 등 철강 계열사는 현대건설을 통해 철강자재 판매를 늘리고 자재생산과 구조물 제작 등의 연계구도도 구축할 수 있다.
현대캐피탈 등 금융 계열사는 현대건설이 시공한 부동산 금융 분야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현대로템과 현대위아는 국내외 고속철도 시장에서 현대건설과 동반 진출을 추진한다.
나아가 사업전략을 바탕으로 추진하는 작업이 그룹사 전체의 통합 CI를 부여하고 이를 바탕으로 상호 간의 시너지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9월 ‘비전 2020 선포식’에 맞춰 통합 CI를 발표하기로 했으나 무기한 연기했다. 당시 정부차원의 상생협력 공표식과 노사문제 등이 맞물린 탓에 선포식은 행사 당일 취소됐다.
그동안 미뤄졌던 통합CI도 3월중 발표할 예정이다. 이미 올초부터 현대하이스코와 철강 등 그룹사 차원의 통합 CI 적용작업이 마무리된 상태다.
그룹의 모태인 현대건설 인수를 계기로 그룹 CI 통합 및 그룹 정체성을 재확립한다는 구상이다.
◇현대차 해외생산 늘려 글로벌 톱4 노려=그룹의 비약적인 발전을 이뤄온 핵심은 역시 자동차 산업이다.
현대차그룹은 현대건설 인수와 함께 주력사업의 시장확대와 성장세를 가속한다는 전략이다.
현대차는 지난 26일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첫 남미공장 기공식을 갖고 오는 2012년 완공 목표의 연산 15만대 생산공장 신설에 나섰다. 6억달러가 투자되는 브라질 공장은 내년 하반기 완공을 목표로 삼았다. 완공이후 현지에서 큰 인기를 끌어온 i30 등을 생산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중국시장에 이어 전략모델을 투입하며 관심을 보여온 유럽시장 확대도 꾀하고 있다. i30과 벤가(기아차 혼류생산) 등을 생산하는 체코 공장은 지난해 20만135대를 생산하며 가동률 98.0%를 기록하고 있다.
또 25일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현대차는 유럽의 전략생산기지인 체코공장 생산량을 더욱 확대하기 위해 현재의 2교대 체제에서 3교대 체제 전환을 검토중인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