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여당인 민주당의 내분과 야권의 퇴진 압박으로 사면초가에 빠진 간 총리가 운명의 3월을 맞이하면서 3월 위기설의 실현 여부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민주당은 1일 새벽 열린 중의원 본회의에서 자민당과 공명당 등 야당의 반대 속에 새해(2011년 4월~2012년 3월) 예산안을 강행 처리했다. 그러나 예산 집행에 필수적인 예산관련 법안은 재고됐다. 이로써 재원없이 예산안만 처리된 셈이다.
예산안의 경우 중의원 가결 우선 원칙에 따라 참의원에서 반대해도 성립되지만 예산관련 법안은 여소야대 상황인 참의원에서 반대할 경우 처리가 어렵다.
일본의 2011년도 일반회계 예산은 92조4000억엔이며 이 가운데 44%를 신규 국채를 발행해 메워야 한다. 하지만 적자국채 발행을 위한 특별공채법안이 성립되지 않으면 국채를 발행하지 못해 예산 재원 마련이 불가능해져 국민 생활에도 영향이 불가피하게 된다.
전문가들은 세수만으로 정부가 6월까지는 버틸 수 있지만 국채를 발행하지 못하면 7월 이후엔 재정운영이 불가능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민주당 정권의 선심성 공약의 대표격인 ‘자녀수당’을 포기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자녀수당은 2009년 8월 총선에서 민주당이 내세운 대표 공약으로, 중학교 졸업 때까지 자녀 1인당 월 2만6000엔을 현금으로 지급한다는 내용이다.
민주당은 집권 이후 현재 중학생까지의 자녀를 둔 부모에게 자녀 1인당 월 1만3000엔의 수당을 지급하고 있으며 4월부터는 3세 이하 자녀에 대해 월 2만엔으로 수당을 인상하는 법안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법안이 무산되면 정책이 자동 폐기되면서 과거 자민당 정권시절의 ‘아동수당’으로 돌아가야 하기 때문에 혼란이 예상된다. 자민당 정부 때는 아동수당 명목으로 자녀 1인당 월 5000~1만엔을 지급했다.
자민당은 예산관련 법안 처리를 무산시켜 간 총리에게 중의원 해산과 총선거를 압박하기로 하고 총공세를 펼치고 있다.
예산관련 법안 무산을 이유로 유권자들에게 총리의 국정운영에 대한 신임을 물어 사임시키거나 중의원 해산을 통해 정권을 교체하겠다는 의도다.
자민당은 1일 예산안이 통과하자 비상시에 돌입, ‘1인1살’을 내세워 포스트 간 총리로 거론되는 마에하라 세이지 외무상과 노다 요시히코 재무상을 정조준하고 있다.
이들의 선거공약과 정치자금문제 등 약점을 들춰내 간 총리 퇴진 시 민주당의 인기 부활을 선제하겠다는 의도로 파악된다.
현재 간 총리의 지지율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19~20%대로 정권 출범 이래 최저 수준. 정계에서는 간 총리의 퇴임을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