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국민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냉탕, 온탕을 오가는 정책과 잦은 말 바꾸기로 이명박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바닥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최근 사회적으로 홍역을 앓았던 ‘저축은행 부실사태’다. 금융위원회의 저축은행에 대한 잇따른 영업정지 조치는 바로 신뢰의 붕괴가 어떤 것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줬다는 지적이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17일 부산·대전저축은행에 대한 영업정지 조치 이후 “더이상 부실 저축은행 영업정지는 없다”고 발언했으나 이틀 후 4곳의 저축은행에 대해 영업정지 조치를 내렸다.
이 소식을 접한 저축은행의 고객들은 “더이상의 추가 영업정지 조치가 없다던 금융당국의 발언은 거짓이었냐”며 “정부의 미숙한 대응에 실망스러울 뿐 아니라 이제는 누구의 말도 믿지 못하겠다”며 가슴을 쳤다.
이명박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했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과정을 봐도 정부의 신뢰성에 가우뚱 할 수 밖에 없다. 지난해 12월 한미 FTA가 최종 타결될 때까지 정부는 ‘재협상 없다 → 실무 협의만 → 제한적 협상 → 결국 재협상’ 등 잦은 말바꾸기로 정책 전반에 대한 신뢰 손상을 자초했다는 것이다.
서울시 강서구에서 자영업을 하는 송진걸씨(46)는 “실망이 많다. 특히 최근 정부 정책을 보면 외부 환경만을 탓할 뿐 책임있는 자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며 “이젠 부동산 정책 등 정부가 정책을 내놓을 때마다 시큰둥 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바닥에 떨어진 정부 정책의 신뢰도가 한 분야에 국한돼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최근 전국을 강타한 구제역 파동, 물가 정책, 신공항 건설에 이어 충청권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까지 전 경제분야에 걸쳐 있다는 것이다.
한 민간 경제전문가는 “정부의 잦은 말 바꾸기로 정책 전반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손상될 가능성이 크다”며 “자칫 정부 정책의 근간을 뒤흔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한나라당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정두언 최고위원이 밝힌 “정부가 신뢰를 잃으면 제 기능을 할 수 없다”는 우려가 점차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