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모두 민생국회로 규정한 2월 임시국회가 채 닷새밖에 남지 않았다. 전·월세난에 물가폭등까지, 민생의 허덕임은 더해져 가는데 정작 민생해결을 자처한 정치권의 의정진행은 더디기만 하다. 법안을 심의·의결해야 할 국회의원의 몸과 마음이 모두 지역구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회기 초반에 진행된 대정부질문 기간 내내 자리를 지킨 의원은 297명 전체의원 중 고작 3명에 그쳤다. 상임위 역시 의원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전체회의 개의를 늦춰야만 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각 당 원내대표의 임기도 마무리시점에 접어들어 의원들의 적극적인 의정활동을 독촉하기가 어렵다. 여야 간 대립도 따지고 보면 명분을 위한 표면적 충돌에 그칠 뿐 예금자보호법, 임대차보호법, 채권추심법 등 민생 관련한 핵심 법안들의 회기내 처리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의원들은 의정은 뒤로 한 채 지역구 챙기기에 혈안이 돼 있다. 내년 총선을 겨냥한 표심잡기의 일환이다.
여야 간 피 말리는 접전이 예상되는 수도권 의원들은 해당지역에 살다시피 하며 지역 구석구석을 훑고 있다. 한나라당의 한 의원은 7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수도권 의원들의 (내년 총선) 위기감은 심각하다”면서 “하루에도 몇 번씩 지역을 왔다 갔다 해야 하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같은 당 소속의 또 다른 초선의원은 “올해 들어선 지역 민원을 챙기는 데 주력하고 있다”면서 “지역에서 한 번 눈에 벗어나면 다음을 보장 못 한다”고 털어놓았다.
지방 또한 사정은 마찬가지다. 특히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동남권신공항 등 대형국책사업 유치경쟁에 뛰어든 해당지역의 의원들은 “유치여부가 당선여부”라고 말할 정도로 모든 에너지를 쏟고 있다.
부산을 지역구도 둔 한 의원은 “거리마다 플래카드가 뒤덮여 있다. (신공항을) 가덕도 유치에 전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서 “설마 했다가는 큰일 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의원들의 몸과 마음이 지역에 매이면서 해결해야 할 민생현안만 국회에 산더미처럼 쌓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