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현빈, 임수정의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

입력 2011-03-09 11:00 수정 2011-04-20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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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인 성역할 뒤집어 조명-신선, 러닝타임 105분간 이별 풍경-지루

▲영화'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스틸컷
결혼 5년차 부부인 지석(현빈)과 영신(임수정). 영신은 출장 가는 길에 차로 데려다주는 지석에게 새 남자가 생겼다며 집을 나가겠다고 통보한다. 지석은 영신에게 헤어지는 이유도, 상대가 누구인지도 묻지 않은 채 영신이 짐을 싸는 것을 도와준다.

헤어지는 부부가 이토록 쿨할 수 있을까?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는 카메라로 집요하게 두 배우를 좇으면서 아직 그들에게 남아있는 사랑의 조각들을 섬세하게 담아내 실제로는 쿨하지 않은 이별임을 보여준다.

영화는 오후 4시부터 저녁 7시까지 단 3시간 동안 우(雨)중에 한 공간에서 진행되는 이별의 풍경을 105분의 러닝 타임으로 그려내 다소 지루하다.

그래서 길 잃은 고양이의 갑작스러운 등장은 눈물겹도록 반갑다. 이별을 앞두고 적막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영화에서 생명을 불어 넣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부부는 고양이를 구하기 위해 처음으로 일심동체가 되며 이로 인해 서로의 애정이 아직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지석과 영신이 사는 공간은 두 부부의 성향을 대변한다. 집은 지하에서 2층까지 구성돼 있으며 지석은 지하 공간을, 영신은 2층을 주로 사용하는 것으로 나온다. 즉 영신은 ‘하늘’ 현빈은 ‘땅’과 맞닿아 있어 두 사람의 관계에 있어 영신이 우위에 있음을 암시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영신이 자신의 생각을 밖으로 표출하는 것에 익숙한 여자라면 지석은 모든 게 괜찮아질 것이라고 믿으며 속으로 삭히는 답답한 남자다.

또한 지석은 집안 찬장에 무엇이 있는지 속속들이 알고 있으며 파스타 만들기와 커피 내리는 실력도 수준급이다. 반면 영신은 가스불도 잘 켜지 못하고 창문 닫는 것도 어려워하는 등 가사에 있어 서툰 모습을 보여준다. 이처럼 영화에서는 한국사회가 요구하는 전통적인 성역할을 뒤집어 조명함으로써 신선함을 관객들에게 선사한다.

한편 바람난 영신의 남자친구로 하정우가 목소리 출연을 해 소소한 재미를 선사한다. 일본의 단편 소설인 이노우에 아레노의 ‘돌아올 수 없는 고양이’를 원작으로만들어진 영화이며 ‘멋진 하루’, ‘여자 정혜’를 연출한 이윤기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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