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는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30일 경기 성남 분당(을) 출마를 공식선언한 직후 30일과 31일 양일에 걸쳐 대학교수, 시사평론가, 여론조사전문가 등으로부터 4.27재보선의 정치적 의미와 전망, 향후 있을 파장에 대한 견해를 구했다. 이들은 “제1야당 대표인 손 대표가 직접 출마함에 따라 재보선의 정치적 의미가 커졌다”면서 “결과에 따라 이명박 대통령의 급격한 레임덕(권력누수)도 초래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또한 조심스럽게 손 대표의 당선가능성을 높게 점친 뒤, “지더라도 정치적으로 큰 상처는 입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민전(경희대 교수)
▲현 정부에 대한 심판을 야당 대표가 앞장서서 주도하겠다고 나섰다. 한나라당이 절대 다수당이라 그간 제대로 된 견제가 이뤄지지 않았는데 이번 재보선을 통해 정권을 심판하고 견제하겠다는 심리가 대중들에게 작용할 수 있다. 결과는 예단하기 어렵지만 손 대표가 생환한다고 하면 이명박 대통령의 레임덕은 급격해질 가능성이 크다. 수도권이 크게 위축될 수 있다. 손 대표가 진다면 민주당은 혼미양상으로 치달을 수 있다. 당을 위해 희생했다는 옹호세력과 지역경쟁력도 없는데 전국경쟁력을 담보할 수 있느냐는 도전세력 간 논쟁이 커질 수 있다.
-신율(명지대 교수)
▲당락은 크게 중요치 않다. 대중 인식이 중요하다. 분당은 원래 한나라당 강세지역이라 출마 자체가 지난 (18대) 종로 출마처럼 살신성인으로 비칠 수 있다. 따라서 언론에서 예상하는 것처럼 큰 데미지는 없을 것이다. 승리한다면 대선주자로서의 위치를 굳건히 다지게 된다. 그런데 과정이 썩 매끄럽지가 않다. 당내에서 흔들기 때문에 나가는 것으로 비쳐졌다. 손 대표는 선거는 구도로 치러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에 당선된다 하더라도 큰 이득을 얻을 것이라 생각하진 않을 것이다. 어쨌든 손 대표가 나감에 따라 재보선의 의미가 상당히 커졌다.
-유창선(시사평론가)
▲손 대표가 승부수를 던졌다. 4.27재보선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지겠다는 의미다. 손 대표가 직접 나섬에 따라 전체 재보선판의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정권심판론을 들고 나올 것이기 때문에 지역선거를 벗어나 정치적 의미를 띨 수밖에 없게 됐다. 야권에게도 손 대표 출마는 긍정적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야권 전체가 살아날 수도 있다. 분당이 전통적 민주당 열세지역이고, 재보선의 특성상 투표율이 낮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상당한 위험부담이 상존하나 졌다고 해서 치명타를 입을 것 같진 않다. 반면 이겼을 경우엔 대선주자로서의 위치를 확고히 하게 될 것이다.
-고성국(시사평론가)
▲당선 가능성을 높게 본다. 분당이 어려운 지역임엔 틀림없으나 과거의 일방적 투표성향을 보이진 않을 것이다. 정부 실정에 대한 비판여론까지 가세한다면 예상외의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한나라당으로선 정운찬 전 총리를 공천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강재섭 전 대표로는 아무래도 게임 자체가 어렵다. 손 대표가 이긴다면 결국 수도권에서의 경쟁력을 입증하는 것이기 때문에 지지율 수직상승과 더불어 야권에서 유시민 참여당 대표와의 차기경쟁에서 훨씬 앞서나갈 수 있다.
-홍형식(한길리서치 대표)
▲손 대표가 출마함으로 인해 당 대 당 대결구도로 가는 중앙정치 선거의 의미를 띠게 됐다. 따라서 다른 지역 역시 함께 패키지로 묶이는 결과로 이어졌다. 손학규 개인으로는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아쉬운 점은 기왕 나설 거였다면 좌고우면하지 않고 과감히 자신을 던지는 리더의 모습을 보였어야 했다는 점이다. 일단 박빙으로 봐야 하겠지만 분당이라는 지역특성을 감안할 때 한나라당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다만 후보를 누구로 내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손 대표가 승리했을 때는 상당히 견고한 위상을 굳힐 것이다. 사실상 민주당 대권주자로서의 위치를 확고히 하게 되는 것이다. 패배했다 하더라도 생각만큼 큰 상처는 없을 것이다. 한나라당 지역에서 패배했다고 해서 손학규 개인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성질이 아니기 때문이다.
-윤희웅(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
▲위험과 기회가 공존하는 양면적 특성을 지닌 선택이다. 계급에 기반한 투표성향, 재보선 특성상 젊은 층의 투표율 저하, 베드타운이라 직장인들의 물리적 투표가 어렵다는 점 등은 손 대표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반면 지난 지방선거에서 보여줬던 민심의 변화, 현 정부에 대한 실망과 불만, 여기에 손 대표가 최근 들어 진보적 색채를 강화하고 있다지만 오랫동안 중도적 이미지를 구축해 왔기 때문에 중장년층에게 거부감이 덜하다는 점 등은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대중적 주목을 받으며 재보선의 주인공으로 등장했기 때문에 조직을 누를 바람이 불수 있다는 점은 손 대표의 당선 가능성을 한층 높이는 측면으로 보인다. 손 대표가 이길 경우 대중적 이미지 제고는 물론 당내 비주류의 도전도 일축할 수 있다. 졌다고 해도 당을 위한 희생적 차원의 결단이기 때문에 입지가 흔들릴 정도로 큰 타격을 받진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