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같은 골프 룰(골프규칙)을 위반했는데 서로 다른 결과가 나왔을까.
그것도 위반을 한 뒤 이틀이 지난서야 판정이 나와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회장 박삼구) 경기운영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일고 있다. 특히 개막전인 SBS투어 티웨이항공오픈(총상금 3억원)에서 이런 불미스러운 일이 벌어져 축제분위기의 대회에 찬물을 끼언졌다.
문제는 대회 중에는 대회 관계자 대부분 눈치를 못챈데다 쉬쉬하면서도 알리지도 않았다는 사실이다. 한 선수는 하루가 지나서 실격처리했고, 다른 선수는 마지막날 벌타를 부과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오소플레이(誤所)를 한 방두환(24.티웨이항공)은 경기가 끝나고 대회 성적과 순위까지 나왔다. 그리고 같은 날 똑 같은 장소에서 오소플레이를 한 정지호(27.토마토저축은행)는 실격처리하지 않고 대회가 끝난 뒤 2벌타만 부과했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방두환은 대회 2라운드가 열린 지난 1일 11번홀에서 티샷한 볼을 오른쪽 해저드에 빠지자 1벌타를 받고 '드롭존'에 볼을 낙하한 뒤 세 번째 샷을 날렸다. 하지만 이곳은 선수들이 사용해서는 안되는 임의의 드롭 존이다. 방두환은 이홀에서 버디를 잡았다.
같은 날 정지호는 15번홀(파5)에서 같은 실수를 범했다. 이곳도 페어웨이 오른쪽이 워터해저드다. 그런데 정지호도 티샷이 해저드에 들어가자 공교롭게도 드롭존에서 쳤다.
그런데 재미난 사실은 KPGA투어 경기위원회(위원장 염세원)는 방두환은 규칙 위반 사실을 모르고 벌타를 반영하지 않은 스코어카드를 제출한 반면, 정지호는 벌타를 반영하지 않은 스코어카드를 냈지만 규칙 위반 여부를 경기 위원에게 문의한 점을 고려해 다른 판정을 내렸다는 궁색한 해명을 내놓았다.
방두환은 오소 플레이로 2벌타를 받아야 하지만 이를 모르고 스코어카드를 제출했다. 방두환의 3라운드 스코어는 6언더파 210타(68-70-72)로 돼 있었다.
정지호는 스코어카드에 2벌타를 반영하지 않은 스코어카드를 제출하고도 실격당하지 않고 4라운드까지 경기를 다 마쳤다. 정지호는 3라운드 4언더파 212타(71-71-70)으로 공동 16위였고, 최종일은 1언더파 287타(71-7-70-75)로 공동 15위에 올랐다. 물론 이 사실을 경기위원에 문의한 정지호의 오소 플레이에 대한 2벌타는 최종 스코어에 반영됐다.
하지만 KPGA투어 스코어 보드에는 2라운드 15번홀에 뒤늦게 정지호는 2벌타를 부과해 트리플보기(8타)가 적혀 있다.
그러나 실격처리했다면 선수 이름이 올라있고 실격 처리한 표시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방두환의 성적은 그대로 표시돼 있고 3라운드부터 방두환의 이름이 삭제됐다. 이 또한 일처리 미숙으로 보인다. 2라운드에서 그랬다면 2라운드 보드에 실격처리했어야 했다.
정지호는 2라운드 경기가 끝난 뒤 스코어카드 접수처에서 경기위원에게 오소 플레이 여부를 문의했지만, 당시 경기위원이 이에 대한 답변을 정확하게 하지 못한 것으로 밝혀졌다.
동일한 행위에 대한 조치가 달랐던 점을 두고 논란이 일자 KPGA는 4라운드 경기 도중 대한골프협회(KGA. 회장 윤세영)에 문의했다.
KPGA 관계자는 "오의환 KGA 규칙분과위원장은 ‘플레이어가 경기위원에게 룰 위반 여부를 물었는데 어떤 이유에서든 경기위원의 응답이 없다면 경기위원이 묵인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답변했다"고 밝혔다. 선수는 판정을 요청한 만큼 실격의 불이익은 면해야 하며 다만 일반적인 벌타(오소 플레이에 대한 2벌타)는 부과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대회조직위원회는 이를 경기위원의 오판으로 인정했고 "경기위원의 오판으로 선수가 피해를 봐서는 안 된다"는 영국왕실골프협회(R&A) 규정을 들어 정지호를 실격 처리하지 않았다.
송병주 KGT 운영국장은 "경기위원이 선수의 규칙 관련 질문에 명확하게 답을 하지 못한 실수가 있었다"며 "대회가 끝난 뒤 회의를 열어 경기위원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골프룰은 선수를 보호하기위해 만들어져 있다. 다만, 한 가지 룰을 놓고 서로 다른 판정을 한 것과 또 하루가 지나서, 이틀이 지나서 판정을 내린 것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이다.
결국 경기위원장을 비롯해 경기위원, 대회 조직위원회의 '골프룰도 제대로 모르는' 무능함이 빚어낸 복합적인 실수라는 것이 이번 대회에 출전한 대대수 선수들 및 협회 회원들의 중론이다.
한편 KPGA는 지난해 사퇴도 하기전에 이해우 전 경기위원장을 마치 사퇴한 것처럼 발표한 바 있다. 특히 이해우 경기위원장의 임기는 2년임에도 불구하고 영입할 때와 달리 1년이나 더 남았음에도 이런 저런 이유를 들어 억지로(?) 중도 사퇴시킨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