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는 표면적으로는 ‘기업 프렌들리’를 내세웠지만 실질적으로는 ‘관 주도’ 정책을 많이 폈다. 정권 초기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현 산은금융지주 회장)-최중경 차관(현 지식경제부 장관)을 내세운 ‘최-강’라인이 환율정책 등을 리드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최 장관은 2008년 3월 재정부 1차관 시절 “환율 급변동은 당분간 없을 것이다. 이상징후를 보이면 즉각 개입하겠다”며 사실상 대 내외에 외환시장 개입을 선언했다. 또 환율급락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환율급락에 대한 경고성 발언을 자주 했다. 그 결과, 2008년 당시 환율은 정부의 입김에 따라 롤러코스터(급등과 급락)를 오갔다.
금융권에 대한 이명박 정부의 하향식 명령은 정권 초기나 지금이나 별 차이없다. 올해 초 ‘관치금융’을 외치며 화려하게 부활한 김석동 금융위원장의 말 한 마디에 금융권이 알아서(?) 반응하기까지 한다. 그동안 부실 저축은행을 자칫 잘못 인수할 경우 금융지주에 부담이 된다며 저축은행 인수를 반대해 왔던 금융지주 회장들이 입장을 180도 바꾼 것.
김 위원장은 금융지주 회장들의 발언 이후 기자들과 만나 “취임 후 주요 금융권 인사들과 만나 의견을 교환했다”며 “금융권에서도 저축은행 문제가 금융시장 전체의 위험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는 데 인식을 함께하고 있다”고 말해 사전접촉이 있었음을 시사했다.
청와대 직접 개입하기도 했다. 지난해 이명박 정부의 금융정책 기조는 서민금융정책이었다. 그러나 주먹구구식 대책이라는 비판을 벗어나지 못했다. 당시 A연구원은 이같은 정부의 일관성 없는 서민금융 대책을 지적하는 보고서를 작성했다. 하지만 청와대에서 보고 담당자를 불러들인 후 기조가 크게 변한 뒤 공개되기도 했다.
A연구원 관계자는 “당시 정부가 주력하던 서민금융 정책에 대한 비판하는 내용의 보고서 작성 소식을 들은 청와대가 관련 연구원을 호출했다”며 “이후 정책기조를 바꿔 보고서를 재작성해 공개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위원회 출신의 전직 관료는 “정부가 윽박지르고 통제하는 시대는 이미 지났지만 최근 이명박 정부의 행태를 보면 여전히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