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마련한 여름철 전력수급대책 초안, 이른바 '전력사용제한령'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기업의 경영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일률적인 전력량 감축 요구에 업계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경제산업성은 5일 일본의 전기사업법 27조에 근거해 대규모 전력사용 업체의 최대 사용전력을 25~30% 감축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여름철 전력수급대책 초안을 공개했다.
하지만 업종마다 전력 사용 패턴이 달라 기업들이 실제로 정부의 요구를 만족시킬 수 있을 지 미지수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 신문이 6일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1차 오일쇼크가 발발한 1974년에도 전기사업법 27조를 발동했다. 당시는 연료 부족이 문제였기 때문에 사용할 수 있는 전력의 총량을 억제하는 것이 가능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원전의 전력 공급능력이 떨어져 이용자가 사용할 수 있는 순간 최대 전력을 평년보다 낮게 제한한다는 점이 과거와 다른 점이다.
또 이번에는 사용전력의 총량은 제한하지 않기로 했다. 전력 수요가 공급량을 잠시라도 넘으면 대규모 정전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기업들이 정부가 예상하는 대로 전력 사용량을 대폭 낮추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전력 사용량이 많은 반도체 업계의 경우, 생산 과정에서의 안정성이 중요한데, 설비 가동을 일단 멈추게 되면 품질에 이상이 생긴다. 따라서 24시간 연속 가동이 전제인 반도체 업계에선 전력사용 억제가 쉽지 않다는 것이 업계의 주장이다.
자동차 업계도 급격한 전력사용량 감축은 쉽지 않다.
자동차 업계는 회사별로 교대로 공장을 가동하는 순번조업 외에 휴일이나 시간외근무를 줄여 전력사용을 줄인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완성차 메이커가 조업을 중단해도 여기에 부품을 납품하는 부품 메이커는 공장을 계속 가동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전력대란을 둘러싼 정부와 기업의 입장 차이를 좁히기가 쉽지 않다고 신문은 전했다.
경제산업성은 도쿄전력으로부터 전력을 공급받는 역내 전력이 올 여름 최대 25%, 1500만KW 부족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가운데 500만KW는 화력발전소 복구와 증설 등 도쿄전력의 공급능력을 강화해 조달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나머지 1000만KW는 기업들의 전력 사용량 감축에 의지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재 일본 전자정보기술산업협회(JEITA)는 회원사의 전력수요를 파악하고 효율적인 절전 방법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문은 정부가 기업의 경영 실태에 맞는 유연하고 치밀한 대책이 수반되지 않으면 기업활동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