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거래시 근저당권 설정비 부담을 고객이 아닌 은행이 져야 한다는 법원의 최종판결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일선 영업창구에서 고객이 부담토록 하고 있다. 이는 은행들이 근저당비를 부담하지 않으려고 대법원에 재상고하는 등 몽니를 부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은행이 너무 꼼수를 부린다”며 금융 소비자들의 빈축을 사고 있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16개 은행은 근저당권 설정비 부담주체 등과 관련해 공정위원회가 지난 2008년 마련한 은행 여신관련 표준약관이 정당하다는 서울고법의 최근 판결에 불복해 대법원에 재상고하기로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오는 28일까지 상고 기한인데, 법무법인의 자문을 받은 결과 실익이 있다고 판단돼 기한에 맞춰 재상고장을 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결국 근저당권 설정비를 은행과 고객 가운데 누가 부담하느냐는 문제는 길게는 3개월 뒤 대법원의 판단에 맡겨지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은행들의 이같은 태도를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수년간의 지루한 싸움 끝에 졌음에도 끝까지 집착을 버리지 못하고 있어서다. 특히 이 사건은 대법원 파기환송 사건이기 때문에 재상고하더라도 판결이 반대로 나오기 어려운 상황이다.
또 앞으로 당연히 은행이 비용을 낼 것으로 믿었던 금융 소비자들은 뒤통수를 맞았다는 표정이다. 한 고객은 “대출받으러 은행 창구에 갔더니 여전히 근저당권 설정비를 부담해야 한다고 얘기한다”며 “최종 결정까지 앞으로 한참을 더 기다려야 한다니 황당하다”고 꼬집었다.
공정위에 따르면 3억원의 부동산 담보대출을 받으면 근저당권 설정비용을 기존에는 고객이 225만2000원을 부담했으나 개정 표준약관이 적용되면 36만원(국민주택채권손실액)만 부담하면 된다. 또 이 경우 인지세는 기존에는 고객이 15만원을 부담했으나 개정 표준약관을 사용하면 7만5000원만 부담하면 된다.
그러나 은행들도 재상고에 나선 것은 나름대로 이유가 있어서라며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출은 고객의 요청에 따라 이뤄지기 때문에 고객이 수익자로서 설정비를 부담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