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펀드매니저들의 세계 경제와 기업 실적에 대한 기대감이 유럽의 재정위기 우려로 사그라들기 시작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가 총 8140억달러의 자산을 운용하고 있는 전세계 284명의 펀드매니저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글로벌 경제가 앞으로 더 나아질 것이라고 응답한 경우는 지난 2월 조사의 58%에서 이번 달 10%로 급감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기업 실적이 좋아질 것이라고 답한 비중도 9%에 불과했다. 이같은 결과는 1분기 미약한 성장률로 인해 세계 경제에 대한 신뢰감이 떨어지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FT는 분석했다.
펀드매니저들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Fed 연준)의 금리인상 전망시기도 늦췄다.
전체 응답자의 73%는 연준의 금리인상 시기를 지난 4월 조사에서 연내로 전망했지만 이번에는 내년으로 예상했다.
JP모건애셋매니지먼트의 닉 가트사이드 국제수석 채권투자책임자는 "선진국의 경우 경제성장 전망이 더욱 암울하다"며 "4%대를 예상했던 미국의 1분기 경제성장률은 1.8%로 공식 집계됐다"고 말했다.
성장둔화 우려에도 위험자산 투자심리는 미국이 당분간 사실상 제로금리를 유지할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인해 여전히 높았다.
펀드 매니저들은 또 유로존(유로화 사용국)의 채무위기를 가장 큰 '테일 리스크(tail risk)'로 내다봤다.
세계경제의 가장 큰 리스크가 그리스에 대한 추가 자금지원이라고 응답한 비중은 지난달 조사의 21%에서 36%로 늘었다.
BoA-메릴린치의 마이클 하트넷 글로벌자산전략가는 "유럽과 세계의 경제 성장, 그리고 기업실적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고 있다"며 "경기가 일시적으로 회복되었다가 다시 침체되는 현상이 반복되는 트리플딥으로 인해 투자자들의 리스크를 바라보는 시각에 변화가 생겼다"고 말했다.
헬스케어 관련주처럼 리스크에 대한 방어적 성격의 주식종목에 투자금이 대거 몰리는 반면 에너지 관련주와 같은 경기의 영향을 강하게 받는 경기순환주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신흥국 경제와 관련해 대부분 펀드 매니저들은 중국 경제가 지속적으로 약화하고 브라질 경제에 대한 신뢰도 역시 낮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면서도 신흥국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는 꾸준히 늘릴 것이라고 응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