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성 유지 안되면 또 다른 허수아비”
비상근 감사는 한계…대주주·경영진 입김 안 받아야
상근감사를 폐지하고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하는 감사위원회 강화방안이 증권가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최근 문제가 된 상근감사제도의 폐해를 막기 위해 전원 사외이사로만 구성된 감사위원회 설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지난해부터 논의된 지배구조법의 연장선상으로 금융위는 올해 안에 관련 법안을 제정해 국회에 제출하겠다는 방침이다.
또한 금융위는 논란이 되고 있는 감사위원회의 독립성과 전문성에 대해서는 준법감시인 제도를 강화해 견제하겠다는 복안이다.
업계에서는 금융당국의 이같은 방침에 따라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이트레이드증권은 증권업계 최초로 제도를 변경해 상근감사를 폐지하고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된 감사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한화증권과 메리츠종금증권 등 일부 증권사들도 감사위원회 강화방안에 대해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까지 관련법령이 나오지 않은 상황이라 구체적인 논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하지만 향후 업계 분위기를 보고 대응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감사위원회의 자격요건 강화는 필요하지만 근간에 대한 변화 없이 사외이사로만 구성하는 방안을 법률로 강제하는 것은 실효성이 없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상근감사도 일상적인 회사의 감사를 수행하는 것이 불가능한 현실에서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된 감사위원회가 회사내부를 제대로 감시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사외이사도 전문성과 완벽성이 떨어지는 것은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국내 사외이사는 비상근이기 때문에 감사의 업무상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사외이사는 자격요건 강화와 더불어 대주주나 경영진으로부터 독립성을 유지하는 것이 관건”이라며 “대주주나 경영진이 사외이사를 선임하는 방안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금감원 출신 진입을 막는다거나 자격요건만 강화한다고 해서 예전과 같이 허수아비를 세워놓는 방식이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 교수는 또 “사외이사 문제는 합리적 상황에서 신중하게 풀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이슈가 생길 때마다 정책방향이 매번 바뀌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일례로 KB금융지주 회장선임과 관련 강정원 행장 사태가 터졌을 당시 사외이사 강화방안이 수그러들었지만, 신한금융지주와 저축은행 사태를 통해 다시 강화하는 쪽으로 변화되는 등 불과 1~2년 사이에 정책기조가 ‘오락가락’했다.
김 교수는 “국내 금융사들은 금융당국에서 규준을 만들면 모두 따라가야 하는 경직적인 구조기 때문에 사외이사 문제는 더욱 신중하게 풀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