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원장 양건)의 고민이 날로 깊어지고 있다.
전직 감사위원에 이어 현직 감사위원까지 추문에 휩싸이는 등 독립성과 엄중함을 유지해야 할 국내 최고 감찰기관이
오히려 감찰을 받아야할 처지에 몰렸기 때문이다.
현재 은진수 전 감사위원은 부산저축은행그룹에서 감사를 무마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억대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수감 중이다.
이어 배국환 현직 감사위원은 일부 언론 보도를 통해 지난해 서울시 지하철 상가 비리 감사기간 중 비위사실이 적발된 업체 측 법률대리인을 맡은 전직 감사위원과 여러 차례 접촉하고 저녁 식사도 함께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배 위원 비리의혹과 관련 “감사 대상자에게 소명 기회를 주는 것은 당연하고 변호인을 사무실에서 만난 것 자체가 문제 될 수는 없다”고 적극 해명에 나섰다.
배 위원도 “지난해 11, 12월쯤 이 변호사를 두 차례 만난 바 있다”면서 “메트로 감사의 주심으로서 감사를 진행한 사무처 이외에 피감기관 변호인 측의 의견을 듣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피감기관이 아니라 변호인을 만나는 것은 형평성 차원에서도 할 수 있는 일”이라며 “이런 것을 의혹으로 보도한 것은 악의적인 감사원 흔들기”라고 주장했다.
그런가 하면 감사원 고위직에 있던 퇴직자들의 절반 이상이 금융기관에 재취업한 것으로 최근 알려지면서 ‘전관예우’도 문제시되고 있다.
지난 1963년 개원 이후 처음이라는 6개월간의 원장직 공백사태 끝에 올 들어서야 새수장을 맞은 감사원으로서는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은 전 위원 수감 후 양 원장의 지시로 비리방지 재발 태스크포스(TF)를 가동했으나 배 위원 비리의혹이 연이어 제기되면서 관계자들은 할 말을 잃은 상태다. 내부 일각에서는 그동안 수차례 논의되고 추진한 게 개혁이었는데 더 이상 무슨 대안을 낼 수 있겠느냐는 불만의 목소리도 터져 나오고 있다.
더욱이 이달 안으로 국회 저축은행 국정조사도 열릴 가능성이 높은 만큼 독립성과 조직 윤리 문제에 대한 여야의 강한 질타가 예고되고 있다.